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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선실을 호텔같은 쉼터로 “물에서보다 섬세해야죠”

등록 2005-07-04 18:26


명장을 찾아서-조해현 현대중 조선사업본부 차장

강인함 속의 부드러움, 국내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선실생산2부의 조해현(46) 차장에게서 느껴지는 첫 인상이다. 다소 거친 듯한 외모는 육중한 골리앗 크레인을 떠오르게 하지만, 섬세한 손길은 외유내강이 몸에 배인 고수의 면모를 풍긴다. 거의 모든 작업이 쇠에서 시작해 쇠로 끝나는 대형 선박건조에서 그는 20여년간 배 안을 안락한 공간으로 꾸미는 ‘선실의장’의 외길을 걷고 있다.

기능경기 ‘금’ 특채 입사 250여척 최적환경 ‘정성’

“거대한 유조선과 컨테이너의 선실을 무궁화 서너개 붙은 호텔 방으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 오랜 항해로 피로가 쌓이기 십상인 선원들이 업무를 보거나 먹고 자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만큼 최적의 환경으로 꾸미는 거죠.”

선체가 온통 쇠 덩어리로 된 구조물 사이에서 판넬과 가구, 바닥재 등을 자르고 붙이는 일은 상당한 정밀도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운항 도중 태풍을 만나거나 혹한 지역을 지나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선실을 냉·습기와 소음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그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육상 건축물에 비해서는 몇 배는 까다로운 것 같아요. 바다 위에서 항상 움직이는 것을 감안해야 하니까요.” 그가 사소한 부분도 자로 잰듯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정성을 들이는 이유다.

입사 이래 조 차장의 손을 거쳐간 배는 250척이 넘는다. 선실은 몇 개나 되는지 헤아리기 조차 힘들 정도다. 올해 인도될 60여척의 배 가운데 70%는 그의 손때가 묻어있다. 충북 청원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가구점과 수퍼마켓 점원, 과일장사 등 안해본 일이 없었다. 문득 “미래를 위해 기술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간 곳은 한 직업훈련원. “그 때만해도 기능인을 우대하는 분위기였죠. 기능올릭픽에서 돌아온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카퍼레이드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81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장식미술 분야에서 금메달을 따낸 그는 현대중공업에 특채로 들어갔다. 83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주경야독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전문대학까지 마쳤다. 2003년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대학 교수나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되는 심사위원에 생산현장의 일반 직원이 선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그의 실력은 이제 국내·외에서 공인받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의 가장 큰 바람은 그동안 쌓은 기술을 생산 현장과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너나할 것 없이 기능직은 3디 업종이라하지 않습니까. 내 자식부터 안하려는 데 누굴 탓하겠습니까?” 평소 침착한 그도 이 부분에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기술인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도, 관심도 줄어든 탓이죠. 더 안타까운 건 실업계 학생들의 이해력과 사고력이 떨어지고, 끈기와 열정도 많이 식었다는 점이에요. 후배들한테 물려줄 게 기술밖에 없는데, 잘못하면 여기서 주저앉지 않을까 걱정이라고요.”

“제품 하나하나 혼 실어야 조선강국 1위 향해 계속”

그래도 희망은 있어보였다. 산업현장에서는 해마다 용접, 의장 등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조선산업만해도 단순히 노동력이 많다고 되는게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해 줄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장인정신을 잇고 자신이 만드는 제품 하나하나에 혼을 쏟는 일꾼들이 있는 한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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