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 가이드라인 제시
두부, 고추장, 한방샴푸, 금형….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들이 존폐 기로에 서있는 업종들이다. 지난 2006년만 해도 188개였던 두부 생산업체 수는 3년 만에 66개로 줄었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아 중소기업을 보호하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2006년 폐지되면서, 씨제이(CJ)·대상 등이 두부 시장에 뛰어든 게 이유였다. 대기업이 90% 이상을 점유한 장류나 휴대전화용 금형 제조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공청회를 열어,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을 선정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어떤 품목이 선정되느냐에 따라, 이미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이 사업에서 손을 떼야할 수도 있어 관련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동반성장위는 대·중소기업간 합의를 통해 해당업종을 선정한 뒤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시장 진입을 자제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시장 규모를 출하량 기준 1000억~1조5000억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이 기준에 맞는 업종은 장류(고추장·된장), 연식품류(연두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서 강하게 요구해왔던 주조, 금형 등 ‘뿌리산업’은 시장규모가 4조~5조원에 이르러, 포함될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삼성전자, 엘지전자가 금형기술 자체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에 반발해왔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쪽은 “광업·제조업체 가운데 출하액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품목이 40.5%에 이른다”며, 시장규모를 500억~3조원으로 넓혀줄 것을 요구했다. 동반성장위는 또 생산하는 중소기업 수가 10개 미만이고, 대기업이 빠지면 품질·위생 등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줄어드는 품목 등은 적합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적용대상이 될 대기업의 범위를 어떻게 할 지도 관심거리다.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기본법(제조업 기준 근로자 수 300인 이상)과 공정거래법(상호출자제한 등 기업집단 계열회사)을 적용하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예를 들어 두부 사업을 벌이는 풀무원의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시엔 사업을 계속할 수 있지만 중기법이 적용되면 대기업에 해당되는 등 민감한 대목이다.
동반성장위는 이달 말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다음달 중소기업계로부터 업종 신청을 받아 오는 6~7월께 최종 업종·품목을 선정할 계획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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