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서두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작 협정 발효로 관세 혜택을 입을 국내 대기업들은 제대로 대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관세청이 박주선(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인증수출자’로 인정받은 국내 대기업은 지난 8일 현재 대상기업 419곳 가운데 117곳(27.9%)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0%(106곳)로 가장 낮았고, 울산이 54%(79곳)로 가장 높았다. 제주지역은 대상기업 10곳 가운데 인증수출자로 인정받은 기업이 아예 단 한 곳도 없었다.
인증수출자 제도란 6000유로(약 940만원)어치 이상의 물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국내기업이 각 제품을 한국산(원산지)으로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증명을 관세 당국으로부터 인정받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인증수출자로 인증받아야만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 관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유럽연합과 교역하는 국내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의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활용계획과 과제’를 조사한 결과, ‘독자적 활용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응답비율은 32.4%에 그쳤다. 54.1%가 ‘정부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12.8%는 ‘자유무역협정을 활용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응답기업의 50%는 ‘관세, 외국어 등 에프티에이 전문인력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고, ‘유럽시장 정보 부족’(26.5%), ‘비관세장벽 등 유럽내 규제’(15.8%) 등의 답변도 뒤따랐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우리 정부가 ‘현지규제, 인·허가 등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45.5%)하고, ‘유럽시장 정보를 많이 제공’(32.3%)하며, ‘기업의 수출마케팅 지원을 확대’(20%)하기를 기대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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