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 쟁점별 양쪽 입장
29일 가이드라인 확정 싸고
대-중소기업 입장차 ‘팽팽’
대기업 “시장친화적 선정을”
중기선 “금형·주조 포기못해”
대-중소기업 입장차 ‘팽팽’
대기업 “시장친화적 선정을”
중기선 “금형·주조 포기못해”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되는 거 아니냐?”(한 중소기업 관계자)
대기업이 전통적인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침투하는 걸 막고자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이 첫 단추를 꿰는 것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고추장, 두부 등에) 이미 진출한 대기업을 쫓아내진 말자”는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6일 협동조합 관계자 30여명과 간담회를 열어 “(중소기업 보호 범위에 해당하는) 시장규모 상한선을 애초 안보다 확대하자”고 논의했다. 이대로라면 29일 예정된 동반성장위의 가이드라인(일반제조업 분야) 확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중소기업 간 입장 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행여나 ‘동반성장 역행’으로 비칠까봐 우려했던 대기업들은 장류, 두부류, 금형, 레미콘 등 구체적인 업종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대기업이 진출해 두부 시장 규모가 40%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적합업종 선정은 시장친화적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2006년 폐지된 고유업종제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보호막을 쳐주는 게 되레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해왔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기술센터를 잇따라 세우면서 첨예하게 대립중인 금형 분야가 대표적이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금형은 휴대폰, 텔레비전 디자인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라며 “엄청난 투자비와 세계 흐름을 따라가려면 대기업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소기업 쪽은 “금형, 주조 등 뿌리산업이 빠져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동반성장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간 시장규모(출하액 기준)가 1000억~1조5000억원인 업종·품목만 포함되기 때문이다. 주조(5조1000억원), 금형(5조5000억원), 골판지 제조(2조8000억원) 관련 중소기업들은 상한선을 없애거나 5조원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부국 한국금형협동조합 전무는 “대기업이 대들보 격인 경력직을 빼가고 있어 가뜩이나 업계가 힘든 상황”이라며 “업종별 특성을 무시하고 시장규모만 잣대로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형 분야는 플라스틱금형(2조4000억원), 프레스금형(2조원)으로 나눠 적합업종 선정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워낙 첨예한 문제라 대기업 쪽에선 속도를 늦추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양금승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금형, 레미콘 등 기술력이나 영업비밀상 대기업이 갖고 있어야 하는 품목·업종도 있는 만큼, 섣불리 가이드라인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대기업들이 시간을 끌려는 건 동반성장 취지에 어긋나는 태업”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때 확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가이드라인 확정 뒤에도 첩첩산중이다. 다음달 중소기업들의 신청을 받아 6~7월 업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업 이외에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소모성 자재(MRO) 구매업 등 신사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검토 작업도 남아 있다. 중소기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해 동반성장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앙꼬’처럼 끼워넣고선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에 떠넘긴 모양새”라며 “의견이 분분하더라도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시키는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거론되는 품목·업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