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이 지난 29일 중국 다롄에 있는 ‘에스티엑스 다롄 조선·해양종합생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룹 출범 10돌을 맞은 소감과 2020년까지의 경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에스티엑스그룹 제공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STX 회장
“능력없는 2세 승계, 회사망쳐”
경영 대물림과 차별화 발언…일부선 ‘일감 몰아주기’ 비판
“능력없는 2세 승계, 회사망쳐”
경영 대물림과 차별화 발언…일부선 ‘일감 몰아주기’ 비판
“결국 세계적인 기업을 지배하는 건 자본가(오너)가 아니라 유능한 경영자다. 애플을 봐라.”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강덕수(61·사진)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계획’에 대해 이런 생각을 밝혔다. 지난 29일 에스티엑스그룹 출범 10돌을 맞아 중국 다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강 회장은 “한 사람이 주식을 갖고 지배하는 기업은 몇백년 지속될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유럽 기업 오너들이 ‘최대주주’(메인셰어홀더)라고 쓰여진 명함을 갖고 다니는 것처럼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도 말했다. 자식에게 회사 지분을 대물림하더라도 전문 경영인한테 그룹 총수직을 물려주겠다는 건, 맨손으로 재계 순위(자산규모) 12위 그룹을 일궈낸 그의 평소 소신이다.
강 회장은 ‘모험가’다.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7년간 월급쟁이로 일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몸담고 있던 쌍용중공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회사 인수 주체였던 외국계 컨소시엄은 최고재무책임자였던 그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겼다. 그는 이듬해 첫번째 모험을 감행했다. 전재산 20여억원을 털어넣어 쌍용중공업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두번째 결단이 이어졌다. 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 등을 차례로 인수·합병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에스티엑스는 조선·해운·에너지·건설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사로 급성장했다.
강 회장은 이날 “미래 10년은 자원·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춰 경영하겠다”는 또다른 구상을 내놨다. 자원을 보유한 다른 나라에 진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드는 전략으로, 2020년 이 분야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조선·해운업에 편중돼 있는 그룹 내 매출구조는 친환경 엔진, 신흥시장 플랜트 건설 확대 등으로 균형을 잡을 계획이다. 자원·에너지, 기계·조선 쪽의 기업 인수·합병(M&A)과 에스티엑스다롄의 기업공개(IPO)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선 아직도 에스티엑스그룹의 빠른 성장속도를 우려하는 시선이 남아 있다. 지난달 증권가에 에스티엑스건설 부도설이 돌다가 강 회장이 건설 지분을 사들이자 잠잠해진 게 대표적인 예다. 강 회장과 자녀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 에스티엑스건설과 포스텍에 일감을 몰아주고 경영권을 승계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가시지 않는다. 강 회장은 이날 “경영능력이 없는 2세한테 물려주면 회사가 망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강덕수 이후 에스티엑스의 미래’는 여전히 그 실체가 또렷하지 않다. 다롄(중국)/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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