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반도체 업체의 설비투자 추이
성공 진위놓고 반신반의속
양산 땐 국내업체들 ‘낭패’
여유부리다 뒷통수 지적도
양산 땐 국내업체들 ‘낭패’
여유부리다 뒷통수 지적도
세계 3위 디(D)램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25나노 미세공정기술을 적용한 2기가바이트 디(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혀, 디램 시장점유율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게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미룬 채 다소 여유를 부리다 낭패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일 엘피다가 25나노 회로선 폭 2기가바이트 디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엘피다가 오는 7월 히로시마 공장에서 25나노 디램 양산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엘피다가 반도체 미세공정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온 삼성전자를 추월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25나노 디램이 개발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35나노, 하이닉스반도체는 38나노 디램을 양산 중이다. 두 업체는 20나노급 디램 양산 시기를 올 하반기쯤으로 잡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25나노 디램은 35나노 디램에 비해 칩 속의 회로 구실을 하는 선 폭이 더 좁은 탓에 칩 크기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 결국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늘어날 뿐더러 칩의 원가경쟁력도 높아 더욱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회로선 폭이 10나노 줄어들 때마다 생산성이 6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피다가 예정대로 오는 7월에 25나노 디램 양산에 들어갈 경우, 생산성과 원가경쟁력 면에서 국내 업체들을 앞서게 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그동안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디램 양산 기술이 40나노급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어, 기술 격차를 1년 가까이 벌렸다고 강조해왔다.
국내 업체들은 엘피다의 25나노 디램 개발 성공 발표에 일단 반산반의하는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엘피다는 2009년 40나노급 디램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고 있지 못했고, 올 초 발표한 30나노급 디램 생산계획 역시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엘피다가 밝힌 올해 투자 금액이 5000억원 정도밖에 안돼, 25나노 디램 생산체제를 갖추기에 역부족”이고 “엘피다가 30나노급을 건너뛰고 25나노로 바로 갔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다 뒷통수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예정된 삼성전자의 설비투자액은 92억달러로 지난해 109억4800만달러에서 16% 줄어들었다. 세계 상위 10개 업체의 전체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것과는 대비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디램 기술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성능 심사 과정을 거쳐야 공식적으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엘피다 발표도 거짓은 아닐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기술 개발 경쟁에서 한방 먹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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