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급성장 물류 계열사 글로비스 내년 상장키로 현대·기아차그룹이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이르면 내년에 상장시키기로 했다. 설립 4년 만에 1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며 초고속 성장을 해온 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어,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만들기가 본격화한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 이후를 목표로 글로비스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거의 도맡고 있으며, 정몽구 회장이 35%, 정의선사장 40%, 노르웨이 해운사인 빌헬름이 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있는 정 사장이 글로비스 상장을 통해 어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사다. 삼성증권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비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3%, 주당 순이익은 2만3217원, 주당 순자산은 4만6700원 수준이다. 글로비스는 지난 2001년 납입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된 뒤, 지난해 잉여금을 재원으로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50억원으로 늘렸다. 증권가는 글로비스가 상장될 경우 주당 20만원 이상 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이 아버지 정 회장 지분을 포함해 글로비스의 현재 지분 75% 가운데 51%만 남겨두고 나머지 24%를 팔 경우 대략 1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1조 매출…상장땐 주당 20만원 웃돌듯
정몽구 회장 부자가 지분 75% 보유
지분24%만 팔아도 1500억 뭉칫돈 마련 증권가에서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레버리지(지렛대)를 일으킬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조달해 정 사장이 현대기차차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자동차운송 팀장은 “이렇게 조달된 자금 규모로는 당장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정 사장은 이들 세회사 가운데 한 기업의 지분을 의미있는 규모로 늘려 경영지배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이 가운데 그가 대표이사로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큰 기아차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현재 보유 중인 현대차그룹의 상장사 주식은 기아차 지분 1%에 불과하다. 정 사장은 지난해 11월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에 글로비스 지분 25%를 매각한 대금(1억달러) 가운데 일부를 기아차 주식을 사는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1년 정씨 부자가 100% 지분을 출자해 만든 글로비스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9천억원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글로비스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그룹에서 물량을 90% 가까이 몰아줬기 때문”이라며 “시장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비상장 계열사를 밀어주기식으로 키워 상장시키거나 합병을 통해 주요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는 식으로 지배력 확대를 꾀하는 것은 결국 특수관계인이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 자산과 이익을 편취하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2년 전장업체인 본텍을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현대모비스와 합병을 시도하다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비판에 부닥쳐 포기한 적이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비스 이외에 정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 엠코와 본텍 등 비상장 계열사도 시간을 두고 상장시켜, 그룹을 넘겨받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비스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을 공개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 경영권 승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엠코와 본텍은 현재로선 상장시킬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홍동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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