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업종별 한-EU FTA 영향
자동차 수출 늘지만 국내경쟁도 치열해질 듯
전자제품, 현지생산 많아 효과 제한적 분석도
와인·명품값 하락…고소득층 혜택 집중 관측
전자제품, 현지생산 많아 효과 제한적 분석도
와인·명품값 하락…고소득층 혜택 집중 관측
한-EU FTA 산업별 득실
오는 7월 잠정 발효를 앞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국내 산업(업종)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동차와 전자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은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정밀화학과 제약 분야 등 유럽연합에 견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에선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유럽산 축산물 수입이 크게 늘어 국내 축산 업계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전자는 수혜 입을 듯 그간 유럽지역으로 수출할 때 10%의 관세 부담을 떠안아온 자동차는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중·대형차는 3년, 소형차는 5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산차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나라에 견줘 14배나 큰 유럽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자동차 수출 증대 효과가 15년간 연평균 14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 가격이 낮아진 유럽산 고급 수입차와 국산차와의 경쟁엔 불이 붙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인 베엠베(BMW) 528i의 경우 현재 6890만원에 팔리는데 앞으로는 500만원 이상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전자제품도 또다른 수혜 품목으로 거론된다. 유럽연합은 우리나라 주요 가전 가운데 티브이(14%), 냉장고(1.9~2.5%), 에어컨(2.2~2.7%), 전자레인지(5%) 등에 관세를 부과해 왔다. 특히 14%에 이르는 관세가 사라질 티브이 및 티브이용 부품인 액정디스플레이(LCD) 모듈은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수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티브이와 가전은 이미 현지 생산을 하고 있어서 이번 협정 발효로 인한 수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휴대폰 등의 경우엔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 정밀화학·축산 등 큰 피해 예상 정밀화학 분야는 우리 시장을 유럽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는 세계 1위 화학업체인 바스프를 비롯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정밀화학업체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범용 제품 시장에선 발을 빼는 대신 의료기기 등 정밀 제품에 들어가는 고급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꾼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업종별로 득실이 갈린다. 각각 8%와 4%에 이르는 관세가 즉각 없어지는 편직물과 폴리에스테르 등 섬유 업종은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반면에 의료기기와 의약품 등의 경우에는 유럽연합에 견줘 기술 경쟁력이 떨어져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는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이 한 곳도 없으며, 제약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신약 개발도 본궤도에 올라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삼겹살을 비롯한 유럽산 축산제품의 수입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산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는 이마트 관계자는 “관세가 25% 포함된 지금도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은 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럽연합 지역에서 수입된 냉동 삼겹살은 6만1238t으로, 국내 삼겸살 소비량(22만t가량)의 30%가량을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유럽산 자동차와 함께 유럽산 와인과 화장품, 명품 가격이 낮아져 주고객인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현재 프랑스산 와인 가운데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무통 카테 레드’의 가격은 3만6000원에서 3000원가량 낮아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신중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입품 가격을 많기 끌어내리기보다는 그동안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제품들이 대거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황보연 기자, 산업팀 종합 whynot@hani.co.kr
2010년 대유럽연합(EU) 주요 교역 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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