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출신 추천 불가라더니
갑자기 상근감사 폐지 검토
올해안 임기 끝나는 30여곳
영입했다 취소하는 등 혼란
갑자기 상근감사 폐지 검토
올해안 임기 끝나는 30여곳
영입했다 취소하는 등 혼란
이달 27일부터 주총을 여는 3월 결산 법인인 증권사와 보험사가 상근감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자 감사 선임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전·현직 임직원의 금융회사 감사 추천 불가를 공언했던 금융당국이 9일에는 금융사의 상근감사 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이번 주총에서 상근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24곳이며, 이 가운데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가 있는 회사는 16곳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상근감사 자리가 9곳이다. 여기에 자산운용회사나 6월 결산 법인 저축은행들까지 포함하면 감사 선임은 더 늘어난다.
일부 증권사는 이번주에 이사회를 열어 연임이든 교체든 관례대로 금감원 출신으로 상근감사를 선임하려 했다가 갑작스런 금감원의 방침 변화로 혼선을 빚고 있다. 일주일 만에 신규 선임 감사를 바꾸거나, 아예 상근감사 공모에 나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일 주총 소집 결의에서 금감원 회계서비스국장 출신을 새로 선임하는 안을 상정했다가, 9일 금감원 출신이 아닌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로 교체하는 정정공시를 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감원 출신의 백수현 상근감사 후임을 공개모집하기로 하고 모집기간도 12일이나 연장했다.
보험과 은행권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보험사의 경우 생명보험사는 14개 중 6곳, 손해보험사 12개사 가운데 3곳의 감사 임기가 올해 끝난다. 일단 금감원 출신 감사의 신규 선임이나 연임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보험사 가운데 올해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신한·알리안츠·흥국·녹십자·우리아비바·PCA생명과 서울보증보험, 그린손해보험·현대하이카다이렉트 등 9곳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감사 선임을 앞둔 보험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험 업무는 은행 업무와 다른 분야여서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경우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지난 6일 사의를 밝힘에 따라 금감원 출신 감사 영입작업이 올스톱됐다. 신한은행은 곧바로 공모 절차를 거쳐 새 상근감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금감원 출신이 상임감사직을 맡고 있지만, 거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은 주총 의결까지 거쳐 선임한 감사를 이제 와서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보고 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감사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근감사제 폐지 검토와 관련해 감사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상근감사를 없애면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감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도를 흔들기보다는 대표이사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운용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가 감사활동을 얼마나 제대로 했느냐에 따라 보수에 차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비상근 감사 체제는 지금보다 감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상근이냐 비상근이냐를 떠나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 효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금감원 퇴직자는 퇴직 전 3년 동안 맡은 업무와 관련된 업체에는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는데 이 기간을 좀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기간도 늘려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광덕 선임기자, 정혁준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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