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에 자리잡은 현대모비스 부품공장 내부 모습.
고객 ‘정가제 불만’에 도입…현대모비스 독점 공급
업체들 “운임 후려치기 강요”…불공정 행위로 신고
업체들 “운임 후려치기 강요”…불공정 행위로 신고
현대자동차가 신차 구매 고객들에게 선팅 쿠폰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계열사에 독점적 공급권을 줘 신종 ‘일감 몰아주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영세 선팅업체들에 돌아가는 용역 대금을 크게 낮춰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역행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전국자동차선팅협의회는 현대차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선팅 쿠폰을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독점 공급하도록 했고, 현대모비스가 현저히 낮은 선팅 부착 대금(용역 대금)으로 영세 업체와의 계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런 이유를 들어 지난 11일 두 회사를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계열사 간 부당지원 및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로 신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현대차가 지난 3월부터 도입한 정가판매제다. 이 제도 시행 이후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현대차가 내민 카드가 바로 무상 선팅 쿠폰이다. 문제는 선팅 필름의 공급권을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 주면서 불거졌다. 현대모비스가 지정한 필름을 쓰는 조건에다 용역 대금도 기존 7~10만원보다 훨씬 낮은 5만원대로 선팅 시공을 맡긴 것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하던 선팅 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해 가격 결정 등을 독점하고 있다”며 “필름 재료비 등을 제외하면 대당 1만8000원 정도밖에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용품점 중 선팅을 취급하는 3000여곳 가운데 1200곳 가량이 이런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모비스와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들은 물량이 많이 줄어들었고, 계약을 맺은 업체들은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용역 대금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선팅 업자들은 현대차의 독점적 지위 때문에 정해진 가격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시공 업체에 대한 품질 보증 등을 일괄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같은 조건으로 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며 “선팅 부착 공임 등은 현대차 쪽에서 결정한 것이어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쪽은 “국토해양부가 고시하는 정비 공임의 기준에 맞춘 것”이라며 “기존 선팅 시장의 서비스 가격에 거품이 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세업자드의 선팅 가격을 사실상 현대차가 결정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논란이 일자 지난 11일부터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에이치앤에스(H&S)를 선팅 필름 공급원으로 추가했다. 그러나 현대에이치앤에스도 현대모비스와 마찬가지로 자사가 지정한 필름을 쓰는 조건으로 같은 공임에 선팅 시공을 맡을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한 선팅 업체 사장은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통큰 치킨’과 같은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장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 업체들의 서비스 가격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이 동반성장 정책에 맞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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