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인 정영태(26·사진 오른쪽) 2항사와 함께 베이징호에 탄 아내 김정윤(29·왼쪽)
한진해운 가족동승제도
20년간 710명 참여 ‘호응’
“이해 높아지고 사기진작”
20년간 710명 참여 ‘호응’
“이해 높아지고 사기진작”
지난 4월20일 중국 칭다오(청도)를 떠나 중동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한진베이징호’의 갑판. 인도양 해역에 들어가기 몇 시간 전에 해적 피랍 훈련이 시작됐다. 남편인 정영태(26·사진 오른쪽) 2항사와 함께 베이징호에 탄 아내 김정윤(29·왼쪽)씨는 비상벨이 울리자 갑판으로 올라가 선장의 지시를 받고 ‘시타델’(선원 긴급대피처)로 이동했다. 먹을거리와 잠자리, 화장실, 무전기 등 생활·비상용품이 가득한 대피처에서 아내는 훈련을 마치고 남편을 기다렸다. 지난 24일 한진베이징호를 따라 부산항에 입항하는 길에 만난 김씨는 “남편이 하는 일이 항상 궁금했는데 47일간 동승해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정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대양을 오가는 국내 선박이 해적에게 납치되는 사례가 늘어 선원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선원 가족이 배에 함께 타 운항하는 가족동승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1991년부터 가족동승제도를 운영해온 한진해운의 경우, 최근 들어 부쩍 희망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현재 이 제도를 이용한 가족은 모두 710명에 이른다. 대상도 동남아와 미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중동 노선에 고루 걸쳐 있다.
김씨가 피랍 훈련을 마친 이튿날인 지난달 21일엔 컨테이너선 ‘한진톈진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김씨는 “해상생활을 체험하며 막연한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가족동승제도로 선상생활에 대한 가족의 이해가 높아지고 직원의 사기도 진작된다”고 설명했다. 부산/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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