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1톤에서 금 280g·은 1.5㎏ 생산 가능
자원고갈·희귀금속 무기화 대비 경제성 부각
자원고갈·희귀금속 무기화 대비 경제성 부각
쓰고 버리는 폐휴대전화·가전제품 등에서 비철금속 자원을 캐내는 ‘도시광산’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땅속 자원 고갈 및 강대국의 희귀금속 무기화 등으로 도시광산의 채산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대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엘에스(LS)-니꼬동제련의 자회사인 지알엠은 충북 단양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원 순환 전용 공장을 건설해 31일 준공식을 했다. 지알엠이 2100억원을 들여 설립한 이 공장은 도시 폐기물과 동 부스러기만을 원료로 사용해, 연간 금·은·구리 1만7600t, 석고 9000t, 시간당 전력 1700㎾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엘에스-니꼬동제련은 엘에스(LS)와 일본 니꼬의 합작으로 설립된 전기동 생산업체로, 도시광산 사업을 추진하는 지알엠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엘에스-니꼬동제련이 도시광산 사업에 눈을 뜬 건 지난 2006년부터다. 폐자원 활용 사업이 유망해질 것으로 판단한 엘에스-니꼬동제련은 자원 재활용 업체인 토리컴, 리싸이텍코리아, 화창을 나란히 인수한 데 이어 자원기술연구소를 통해 폐기물에서 귀금속과 희귀금속을 뽑아내는 기술도 꾸준히 개발해왔다. 구자명 엘에스-니꼬동제련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도시광산 사업은 엘에스-니꼬동제련의 신성장동력”이라며 “2020년 20조원 매출 가운데 7조4000억원을 도시광산에서 얻는다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자회사 삼정피엔에이를 통해 도시광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정피엔에이는 지난해 자원 재활용 전문업체인 나인디지트를 인수해 도시광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강리메텍과 리코금속 같은 중견업체들의 도시광산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도시광산 업체들의 총 매출액이 연평균 1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1000억원을 넘었다.
도시광산 사업의 경제성은 충분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땅속에서 파낸 원석 1t에서 금 4g을 얻는 데 비해, 휴대전화 1t에서는 뽑아낼 수 는 금과 은의 양은 각각 280g과 1.5㎏에 이른다. 게다가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보급이 크게 늘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귀금속과 희귀금속 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 물질재료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일본 도시광산의 금 매장량은 총 6800t으로 땅속 금 매장량 1위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6000t)보다도 많다.
강대국들이 희귀금속을 무기화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도시광산 사업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중국은 2009년 ‘희토류 산업발전 정책’을 만들어 발광다이오드(LED)에 쓰이는 테르븀과 영구자석 재료인 디스포로슘 등 5가지 희귀금속 수출을 금지하고, 액정화면 재료인 세륨과 니켈수소전지 제품에 쓰이는 란타넘 등 4종의 수출량을 제한했다. 희귀금속에 20%의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도시광산 사업이 활기를 띤 일본과 미국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도시광산이 제조업이 아닌 폐기물 관련 업종으로 지정돼 공장 설립 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폐휴대전화·가전제품의 의무 재활용 장치도 미흡한 탓이 크다. 구리·알루미늄·납의 재활용률이 일본은 70~100%, 미국은 30~75%, 독일은 35~59%에 이르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2~20%에 그치고 있다.
엘에스-니꼬동제련 관계자는 “17인치 모니터를 재활용하면 1500원, 42인치 텔레비전은 5500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도시광산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만큼, 중고 휴대전화나 가전제품 수출을 희귀금속 자원 유출이란 관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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