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비준동의 수정안 제출
정부는 3일, 지난해 12월 타결된 자동차 분야 재협상 합의문서와 함께 무더기 번역 오류를 정정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 재협상에 대해 민주당이 ‘재재협상’을 요구하는데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미국의 비준 절차를 지켜보자고 밝혀 6월 임시국회 상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석영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 한글본에서 한-유럽연합 협정문(207건)보다 많은 296건의 오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글본이 1259쪽이니까 다섯쪽에 한건꼴로 오류가 나온 것이다. ‘할부구매’(hire purchase)를 ‘임차후구매’로, ‘은행정산업무’(bank reconciliation)를 ‘은행계좌조정’으로 착각한 완벽한 오역이 166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때와 마찬가지로 ‘자회사’(subsidiary)를 ‘현지법인’으로, ‘유통증권’(negotiable instruments)을 ‘양도 가능한 증서’로 오역한 사례도 25건 확인됐다. 최석영 대표는 “한-미 에프티에이는 경제적 관계뿐 아니라 양국간 외교·안보 관계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회의 신속한 비준 동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비준동의안이 6월 국회에 상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자동차 분야 재협상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재협상은 자동차 관세(2.5%)를 4년간 유지하고 자동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를 관세 철폐 뒤 10년간 도입하기로 했다. 두 나라의 관세 철폐 기간이 동일하지만 수출량이 60배나 많은 우리 쪽이 훨씬 불리할 수밖에 없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손해보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고, 송민순 의원도 3일 “자동차 재협상으로 이익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한나라당)은 “미국 상원에 상정돼야 우리도 비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정치권 상황도 만만하지 않다. 민주당은 무역조정지원제 기간을 연장해야 비준을 할 수 있다고 버티는 반면 공화당은 비준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종료된 무역조정지원제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실직한 노동자에게 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잠재적 수혜 대상이 15만5000~17만명에 이른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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