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김익서(49) 대한항공 수석기장.
대한항공 A380 타보니
복층중 2층은 프레스티지석만
이륙 할때도 흔들림 거의 없어
복층중 2층은 프레스티지석만
이륙 할때도 흔들림 거의 없어
16일 오전 인천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낸 대한항공 초대형 항공기 A380 1호기. 조종실에는 21년차 파일럿 김익서(49·사진) 수석기장이 다른 조종사 2명과 함께 앉았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하늘을 나는 특급호텔’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인사 140여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독도 상공을 1시간48분 동안 시범 비행하는 날이다. 지난 2일 1호기가 국내에 도착한 뒤 조종사들은 매일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12번씩 오가며 비행을 준비해왔다.
비행기 안에 첫발을 내딛자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길이 72.72m, 너비 79.75m로 덩치가 큰데다 높이가 아파트 9층에 해당하는 24.09m라 복층이라도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800석 이상 장착할 수 있는데도 1층은 일등석 12석과 이코노미석 301석, 2층은 프레스티지석 94석으로만 꾸며 여유로움을 더했다. 일반석 좌석 거리는 86.3㎝로 기존 여객기보다 7.6㎝ 넓었다. 키가 큰 남성 승객이 “다리 뻗기가 편하다”고 칭찬했다. 등받이를 뒤로 젖히면 방석까지 앞으로 밀려나와 안락함이 느껴졌다. 좌석 모니터 옆에는 유에스비(USB) 단자가 있고, 좌석 아래쪽엔 전원콘센트가 있어서 기내에서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었다.
A380은 이륙할 때부터 달랐다. 공기저항에 따른 흔들림이 거의 없이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최신형 GP7270 엔진을 달아 소음도 보잉747-400의 절반 정도만 난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옆 사람과 얘기할 때는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기체와 부품의 40%가량을 첨단 복합 소재와 티타늄 등 고급 합금으로 만들어 기존 여객기보다 단위당 무게가 훨씬 가볍다. 100㎞ 운항 때 승객 1명당 연료 소비는 경차와 비슷한 3ℓ에 불과하다. 이 비행기가 친환경 차세대 항공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프레스티지석만으로 꾸민 2층은 창문이 하늘 쪽으로 향해 시야가 넓은데다 햇살까지 환했다. 손에 잡힐 듯 선명히 독도가 보여 승객들은 연방 휴대전화 카메라를 눌러댔다. 프레스티지석도 일등석처럼 180도로 완전히 누울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었다. 한 외신기자는 “일등석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익서 기장은 “조종실에서 종이로 된 각종 교범과 자료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비행차트, 공항정보, 비행일지 등이 조정실 내 컴퓨터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전송되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고장날 경우에도 실시간으로 대응책이 모니터에 뜬다. 기상레이더도 3차원이다. 김 기장은 “크기만 아니라 깊이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구름을 피해 갈지, 뚫고 갈지 판단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전세계 공항의 활주로와 게이트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덕분에 낯선 국외공항에 밤에 도착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한항공은 17일 오전 인천~나리타(도쿄) 노선에 1호기를 처음 운항한 뒤 올해 말까지 4대를 추가로 도입해 방콕(7월), 뉴욕(8월), 파리(9월), 로스앤젤레스(10월) 등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탑승한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은 A380을 통해 명품 항공사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16일 오전 ‘하늘을 나는 특급호텔’로 불리는 에어버스 A380이 인천공항을 출발해 독도를 돌아오는 체험비행에 나서기 앞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2층 프레스티지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안내하고 있다. 세계에서 6번째, 동북아 지역 항공사로는 가장 먼저 도입된 A380은 복층구조로, 높이 24.09m, 기내 면적은 584㎡에 이른다. 인천공항/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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