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 CJ-롯데와 3파전
대한통운 매각 본입찰을 나흘 앞둔 23일, 삼성에스디에스(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삼성의 참여가 씨제이(CJ)-롯데-포스코 3파전 구도에 어떤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삼성에스디에스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 지분 5%(114만617주)를 취득하겠다”고 결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시 포스코가 경영권을 갖고 우리는 2대 주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물류시장 진출이 아니라 삼성그룹에서 물류 쪽 정보기술 제품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업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고순동 삼성에스디에스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통운 인수는 계획이 없다”면서도, 물류 정보기술서비스를 강화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의 가세로 포스코는 입찰경쟁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포스코 자체물량 외에도 연간 물류비가 5조원에 이르는 삼성그룹 물량을 대거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쪽 투자금액은 2000억원 안팎 정도지만, 인수희망가격을 더 높여 쓸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린 적정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라 경쟁업체가 높은 가격을 써내면 인수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고 섣부른 해석은 경계했다.
그동안 강한 인수 의욕을 보여왔던 씨제이 쪽은 자금력 보강 등으로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씨제이 관계자는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우린 물류산업 파이 자체를 키우자는 입장이고, 씨제이지엘에스를 운영한 경험도 있어 객관적인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범삼성가’인 씨제이 대신 포스코를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 재계의 복수 관계자는 “애초 삼성이 씨제이에도 의사를 타진했으나 독자 인수 방침을 밝힌 탓에 포스코한테 제안이 넘어간 걸로 안다”고 전했다.
금호터미널이 아시아나항공에 팔리는 바람에 다소 김이 빠져버린 롯데그룹 쪽은 “홈쇼핑을 비롯한 유통 물량이 많기 때문에, 인수전을 포기할 만큼 매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대한통운 매각주간사들은 오는 27일 본입찰을 마감하고 늦어도 사흘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매각대상은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 18.98%와 대우건설 보유지분 18.62% 등 총 37.6%다. 23일 현재 대한통운의 시가총액은 2조6400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대금은 1조~1조50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예랑 김재섭 김은형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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