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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령 우곡교·상주 경천교 ‘제2 왜관철교’ 될 우려

등록 2011-06-26 19:44수정 2011-06-26 22:37

4대강사업저지 대구·경북·부산·경남본부 활동가들이 26일 낮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동강변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붕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칠곡/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대강사업저지 대구·경북·부산·경남본부 활동가들이 26일 낮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동강변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붕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칠곡/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다른 다리 괜찮나
준설구간 아닌 곳·강 지천도 사고가능성 배제못해
범대위 “피해 최소화 위해 불필요한 준설 멈춰야”
경북 칠곡의 왜관철교 붕괴 사고가 4대강 공사장의 과도한 준설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사한 위험에 노출된 다른 교량들도 더는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낙동강에 있는 교량들 가운데 상당수가 교각 보강공사를 하지 않아 붕괴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26일 현재 4대강 공사장에서 왜관철교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교량으로는 낙동강 유역인 경북 고령의 우곡교와 상주의 경천교가 꼽힌다. 이날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 두 다리가 왜관철교와 비슷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우곡교는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보조간선도로로서 낙동강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다리다. 4대강 사업 전 우곡교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4∼8번 교각이 보호공을 설치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부산시민운동본부가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면 수중에 있는 8번 교각에 보호공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부산시민운동본부는 “낙동강 사업 34공구에 포함된 상주 경천교도 보호공을 설치하지 않은 6번 교각이 물에 잠겨 있는 것으로 확인돼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준설 구간이 아닌 곳에 설치된 교각도 주변에서 준설이 진행될 경우 본류 수심은 평형을 맞추려 하고, 수변이 대규모로 침식될 것이기에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은 “홍수기에는 둔치에도 홍수에너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교량 보호공을 하지 않은 지점이 붕괴 위험이 높다”며 “왜관철교 붕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준설을 깊이 한 구간뿐 아니라 적게 한 구간에도 교량 보호공 공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강의 본류뿐만 아니라 지천 곳곳에서의 역행침식에 의한 붕괴 사고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역행침식이란 하류에 대규모 준설이 진행돼 강바닥이 교란되고 낙차가 생길 경우 하천이 평형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류에서 상류 방향으로 침식이 진행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토부가 민주당 김진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천에 설치한 하상 보호공 중 상당수가 지난달과 이달 비에 유실됐다. 지난해 9월21일 남한강과 지천 합수부에 위치한 경기도 여주 신진교 붕괴는 역행침식에 의한 사고의 대표적인 사례다.

소방방재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안 대책본부 상황실에서 폐쇄회로 모니터 화면을 보며 전국 주요 하천의 다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소방방재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안 대책본부 상황실에서 폐쇄회로 모니터 화면을 보며 전국 주요 하천의 다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봄비에 무너졌던 상주보 제방 300여m가 이번 장맛비에 다시 유실된 것도 과도하게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제방 밑부분이 파여 내려앉았을 가능성이 크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제방공사를 저수호안(물과 둔치 사이 공간)에 많이 했는데 준설공사 영향으로 안정화가 안 돼 큰비가 올 경우 주저앉으며 90% 이상 쓸려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물의 흐름이 빨라지는 보 직하류 쪽이 위험하다. 보 주변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조경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각종 공원형 친수공간도 ‘도로아미공사’가 될 수 있다. 앞서 4대강 곳곳은 장마철 이전부터 임시교량이 무너진 것을 비롯해 공사용 임시물막이 붕괴, 제방 유실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정부가 4대강 관리에 집중하면서 홍수 피해는 지방하천이 더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대강사업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4대강 사업은 하천을 기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홍수 피해를 막을 묘책이 없다”며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홍수 시 가동보의 작동 금지, 불필요한 준설 및 하천공간 안 공원사업을 멈춰야 하며 더는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왜관철교 어떤 다리인가
100년 역사 지닌 근대철교의 수작
6·25때 낙동강 전투 결전지로 유명

무너지기 전인 지난 3일 항공촬영한 왜관철교 모습. 앞에서부터 인도교인 왜관철교, 국도가 지나는 왜관교,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낙동강교.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무너지기 전인 지난 3일 항공촬영한 왜관철교 모습. 앞에서부터 인도교인 왜관철교, 국도가 지나는 왜관교,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낙동강교.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100여년 묵은 이 다리는 한국판 ‘콰이강의 다리’로도 불린다. 지난 25일 새벽 장맛비 물살에 무너진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근대 토목 유산 중 하나다. 한국전쟁 당시 한·미 연합군과 북한군이 대치했던 낙동강 전투의 결전지로도 유명하다.

길이 469m의 왜관철교는 서울 한강철교, 충남 공주 금강철교, 경남 창녕 남지철교 등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인 근대식 철교다. 삼각형 트러스 철골이 결합된 콘크리트 다리로, 다릿발에 화강암을 붙인 고풍스런 외양에 지면에 닿는 부분은 아치형 장식과 붉은 벽돌로 처리했다. 남지철교와 더불어 조형미가 돋보이는 근대 철교의 수작으로 2008년 등록문화재 406호로 지정됐다.

애초 다리는 일제가 경부선을 부설한 1905년 단선 철도 교량으로 지어졌다. 1941년 경부선 복선화로 옆에 새 철교가 세워지자 사람, 차량이 다니는 인도교로 탈바꿈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왜관철교는 허리가 끊어진다. 북한군이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오자 미군은 ‘워커라인’으로 명명한 낙동강방어선을 선포하고, 50년 8월3일 새벽 다리를 폭파한다. 이를 전후해 밤에 다리 부근 강을 건너려는 북한군과 한·미 연합군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거듭됐다. 50년 8월16일 왜관 일대에 미공군 B-29의 융단 폭격으로 북한군이 사실상 궤멸되는 전황도 이 다리는 지켜보았다.

철교는 1953년 나무다리를 잇대면서 임시복원됐지만, 40년 가까이 정식 복원되지 않은 채 퇴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93년 지자체의 보수공사로 ‘호국의 다리’란 별칭 아래 복원된 뒤로는 호국관광지가 되어 현재에 이른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건축사)는 “100여년 역사를 간직한 토목구조물이 무리한 4대강 공사의 영향으로 무너졌다니 착잡하다”며 “4대강 공사 현장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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