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190명 재산 7.5배 불려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재산을 10조원 가까이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는 29일 내놓은 ‘회사 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에서 29개 재벌기업의 총수 일가 190명이 내부 매출 비중이 큰 계열사 지분 가치를 늘리는 방식으로 9조9588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해당 계열사의 지분을 획득하기 위해 투자한 종잣돈은 1조3195억원으로, 수익률이 755%에 이른다. 더욱이 이들의 종잣돈 가운데 상당부분은 수익 배당을 통해 이미 회수된 상태이다.
개인별로 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글로비스와 오토에버시스템즈 등에 446억원을 투자해 2조1837억원을 벌었고,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에스케이씨앤씨(SKC&C)와 와이더댄 등에 101억원을 대 2조440억원의 이익을 봤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역시 글로비스 등에 181억원을 투자해 1조4927억원을 챙겼다. 이밖에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아이앤에스 등에 245억원을 넣어 5521억원, 최기원(최태원 회장 동생)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에스케이씨앤씨 등에 58억원을 투자해 4611억원을 버는 등 재벌 총수 일가 10명이 내부 매출 비중이 높은 계열사 지분을 통해 각각 1000억원 이상씩 챙겼다.
기업집단별로는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의 이익 총액이 3조8021억원으로 가장 많고, 에스케이가 2조515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림은 8689억원, 지에스(GS)는 5135억원, 현대백화점은 3767억원을 챙겼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재산 증식에 가장 많이 이용된 재벌 계열사는 글로비스와 에스케이씨앤씨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재벌 총수 일가가 얻은 이익의 절반을 차지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재벌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재산을 불리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과세 근거 마련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통해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형식으로 다른 계열사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빼가고 세금 부담 없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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