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신영리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베엠베(BMW) 자동차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차량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평택/ 김봉규 기자
한-EU FTA로 달라지는 것들
포도주 관세 즉시 철폐 평균가격 18% 인하효과
수입차 시장선점 공세 3년뒤 관세인하땐 가속
명품은 고가정책 고수할듯
포도주 관세 즉시 철폐 평균가격 18% 인하효과
수입차 시장선점 공세 3년뒤 관세인하땐 가속
명품은 고가정책 고수할듯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1일부터 10일까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축하 기념’이라는 이름으로 유럽산 포도주를 30~6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연다. 3년 뒤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수입차의 경우, 수입차 업체들이 이미 국내 판매가격을 잇따라 내리며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한-유럽연합 협정 발효로 유럽산 제품에 대한 국내 관세장벽이 단계적으로 철폐되면서 국내 소비시장도 큰 지각변동을 겪게 됐다.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와인과 홍차 등 9195개 품목의 관세가, 유럽연합에서는 자동차부품 등 9252개 품목의 관세가 사라졌다. 수출증대가 가장 크게 기대되는 완성차의 관세는 소형차는 5년간, 중형차는 3년간 단계적으로 폐지되며,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은 10년 이상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 포도주 가격 18% 낮아져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품목은 포도주와 커피(생두) 등 유럽산 기호식품이다. 우선 유럽산 포도주에 물리는 15% 관세는 즉각 폐지된다. 이에 따라 국내 수입업체들은 수입 포도주 가격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3만6000원에 팔리던 무통까데아르(적)는 2만4900원으로 1만 이상 값을 내렸다. 안재호 롯데백화점 건강·주류 시엠디(CMD)는 “금양, 우리와인, 롯데주류 등 대표적 와인수입사들이 유럽산 와인 가격을 11~15%가량 내리겠다고 견적서를 보내왔다”며 “관세 철폐 전 수입물량이 어느 정도 소비된 8월 둘째주부터는 유럽산 와인을 최소 30% 이상 할인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관세에 따라 붙는 다른 세금도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평균 18%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산 자동차에 물리던 관세(8%)는 3년(1500cc초과)~5년(1500cc이하)에 걸쳐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은 이미 협정 발효 혜택을 입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이미 판매가격을 크게 내린 탓이다. 6850만원에 팔리던 볼보C90 가격은 6753만원으로 낮아졌다. 벤츠코리아와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차종에 따라 최대 540만원과 112만원씩 가격을 내린 상태다. 업계에서는 수입차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관세가 공식적으로 철폐되는 3년 뒤가 되면 실제 가격인하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농수산물 체감정도는 약할 듯 장바구니 물가에선 당장 가격 인하 효과를 느끼긴 힘들 전망이다. 한-유럽 양쪽이 농축산물(25%)의 관세를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한 탓이다. 현재 100g당 720원에 팔리는 프랑스산 냉동 삼겹살은 10년 뒤에야 관세 25%(180원)가 완전 철폐돼 540원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당장 이달부터 가격 인하폭은 관세인하분 2.5%(18원)에 그친다. 현재 20%의 관세를 무는 고등어·굴비·삼치 등 수산물 가격도 10년간 2%씩 줄어드는데 그쳐, 소비자의 체감정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국내 고소득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유럽산 명품 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화장품·가방 (5~13%)등에 붙는 관세가 즉시 또는 5년간 균등 철폐돼 가격 인하 요인은 분명히 있지만, 업체들이 고가 정책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달 24일을 기준으로 모든 제품 가격을 평균 4~5%씩 되레 올렸다. 앞서 지난 4월 샤넬도 상당수 제품가격을 평균 25%씩 인상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대표적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내릴 확률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법률시장 개방에 화장품 표기법까지 달라져 한-유럽연합 협정은 서비스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를 불러오게 된다. 이 가운데서도 법률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법률시장은 3단계에 걸쳐 2016년 7월에 완정 개방되는데 2013년까지 2년간은 유럽 로펌이 국내에서 단독으로 사건을 맡을 수는 없어도 지역사무소를 설치할 수는 있다. 이미 영국계 대형 로펌 4~5곳이 서울사무소 개설을 준비중이며,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외국 변호사 2명이 영국계와 미국계 로펌으로 각각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내 제도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화장품 사용기한 표기다. 지금까지 화장품 용기에는 제조일자만 표시됐지만, 앞으로는 유럽 기준에 맞춰 개봉 후 사용기간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기간은 2013년부터 저작자 생존기간 및 사후 50년간에서 70년간으로 늘어난다.
인구 5억의 거대시장의 관세장벽이 사라지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엔 또다른 기회가 생긴다. 특히 국내 제조업계가 수출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럽 수출 가운데 93.9%(금액기준)가 공업제품인데다, 자동차부품(4.5%)과 에어컨(2.7%), 냉장고(1.9%) 등은 협정 발효 즉시 관세 철폐 혜택을 볼 수 있다. 5년내 관세가 철폐되는 컬러TV(14%) 등 전자업종의 수출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엘지(LG)전자 등이 이미 동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수출 증대효과는 제한적이다.
정은주 조기원 기자 ejung@hani.co.kr
유럽산 주요 수입차 가격 인하 현황
유럽산 와인·파스타 가격 인하 현황
토머스 코즐로프스키 주한 유럽연합(EU)대사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EU FTA 관세철폐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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