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엘지전자 부회장
삼성에 이어 엘지(LG)도 부정·부패 척결의 칼을 빼들었다.
6일 엘지전자에 따르면, 구본준(사진) 엘지전자 부회장은 지난 4일 사내통신망에 올린 ‘임직원에게 보내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5월1일부터 별도의 전자우편 계정을 만들어 글로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정도경영과 관련한 제보가 적지 않다”며 “비위 제보 내용을 확인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이 글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엔론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된 것도 정도경영에 대한 무지와 방관 때문”이라며 “비리에 대해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단호하게 조치해 정도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또 “정도경영은 어떤 이유로도 양보나 타협을 할 수 없는 절대가치이자, 정도경영을 실천하지 않고는 결코 1등 엘지가 될 수 없다”며 “다시는 정도경영을 훼손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내부 감사에 나선 가운데, 엘지도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재계 전반에 ‘사정’ 바람이 몰아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엘지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정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를 맞아 정도경영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일 뿐”이라며 “특별한 비리 사례가 드러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엘지전자의 상반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 부회장은 상반기 실적과 관련해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각 사업부문 전반에 걸쳐 눈에 띄는 반등을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반기에는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도록 독한 자세로 도전하자”고 주문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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