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8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서 미국 상하원의 법안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문가들 “WTO 아닌 ‘한-미 FTA’ 때문”
‘기사 있는 굴삭기’ 개방한건 한-미 협정
‘기사 있는 굴삭기’ 개방한건 한-미 협정
정부가 예상대로 통상마찰을 이유로 건설기계 수급조절 대상에서 굴삭기를 제외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발효되지도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해양부는 8일 오전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 회의를 열고 덤프·믹서트럭 등 건설기계의 신규등록을 제한하는 수급조절을 다음달부터 2년 동안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굴삭기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한다는 이유로 수급조절계획에서 제외했다. (<한겨레> 7월8일치 1면) 국토부는 그동안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영세 건설기계 대여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범사업 형태로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2년간 덤프·믹서트럭에 대해 신규 등록을 제한해왔다.
국토부는 굴삭기가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정(GATS)과 한-유럽연합(EU)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명시돼 있어 수급조절 대상에 포함할 경우 통상분쟁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교통상부로부터 통상마찰이 우려되니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에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상법 전문가들은 굴삭기 수급조절과 충돌하는 통상협정은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이 아니라 한-미 협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 협정에서 ‘운전기사가 없는 건설기계 대여서비스’만 개방했고, ‘운전기사가 있는 건설기계 대여서비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새로 개방한 분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건설기계 대여사업자는 73%가 운전기사가 있는 경우이고, 특히 굴삭기는 그 비중이 90%를 넘어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운전기사가 있는 건설기계 대여서비스’를 개방하지 않았다면 수급조절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외교부는 2007년 수급조절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국회에 세계무역협정 협정에 위배될 염려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영수 국토부 건설인력기재과장은 지난 5월 관련 토론회에서 “수급조절 제도를 도입할 당시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은 이미 검토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애초 문제가 없었던 수급조절 정책이 결국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때문에 뒤늦게 제동이 걸린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금융통상위원회 서상범 변호사는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건설기계 수급조절과 같은 정부의 공공정책이 곳곳에서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박영률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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