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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결국 팀장님 맘대로…회의를 ‘회의’하다

등록 2011-08-03 20:24수정 2011-08-03 21:42

직장내 회의문화, 절반이상 ‘일방통행 여전’ 응답
“상사들 ‘결정 내가 한다’ 생각 버려야 진짜 소통”
최근 회사를 옮긴 ㅇ씨는 전 직장에 다닐 때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회의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월요일 오전에 업무보고를 겸한 회의를 여는데 1~2시간 안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ㅇ씨는 “어떤 때는 오전 내내 회의만 계속한 적이 있다”며 “사장이 직원 전체를 모아놓고 회의를 하는데 직원들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훈계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ㅇ씨뿐만 아니라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지금도 받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다. 직장인들 사이에는 시도 때도 없이 회의를 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 ‘회의(會議)주의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 결론 뻔한 회의 왜 하나 그렇다면 회사원들이 회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을 많이 뺏겨서 본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조사 결과, 어차피 상사 뜻대로 결론이 내려지도록 회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이 가장 컸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501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회의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회의가 상사 의견만 전달되고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인 53.9%나 됐다. ‘모두의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며 창의적으로 진행된다’는 응답은 33.9%에 그쳤다. 아예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의 회의’라는 답변도 12.2%에 이르렀다. 진행 방식이 일방적인 만큼 결론도 일방적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회의 결론은 결국 상사의 의견대로’라는 답변은 65.7%로, ‘누구의 의견이든 가장 합당한 의견으로 결론 난다’는 답변(34.3%)의 갑절 가까이 됐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보면 어차피 독단적으로 결정될 것이 뻔한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간을 내서 참석했는데 막상 와보니 참석해야 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 형식적 회의는 그만 이런 경직적인 회의 문화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기업들도 차츰 늘고 있다. 케이비(KB)금융그룹은 올해부터 ‘샘(SSAM) 미팅’을 열고 있다. 그룹 회장이 그룹의 전략(strategy)과 시너지(synergy)와 관계 있는 실무자 회의 때 직접 참석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수적인 분위기의 금융회사에서는 드문 일이다. 케이비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그룹이다 보니 은행과 기타 계열사가 실무적으로 협의할 일이 있다”며 “이런 회의에 실무자들을 직급 제한을 두지 않고 참석시키고 회장도 참석해 의견을 듣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회의로는 에스케이(SK)그룹의 ‘캔(can) 미팅’도 유명하다. 캔 미팅은 고 최종현 회장이 1990년 유학 시절 경험을 살려 도입한 것으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음료 하나씩을 들고 격의 없이 논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회의가 단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구성원들이 회의 주제와 준비과제를 사전에 점검하고 사후 회의 결과도 점검하도록 한다고 에스케이 그룹은 밝혔다.

■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하지만 제도적인 장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세다. 서울시 퍼실리테이터(회의조력자)인 김삼임씨는 성공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리더가 열린 회의 문화에 대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력자라는 뜻의 퍼실리테이터는 회의 참석자가 자유롭게 토론하고 결론을 내도록 돕는 회의 진행자를 뜻한다. 김씨는 “상사들은 보통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결정은 내가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며 “의사소통이 활발한 회의를 바라면서도 정작 실천은 못하면서 본인은 의사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먼저 리더가 직장 밖 워크숍 같은 곳에서 자유로운 회의를 통한 성취를 맛보는 것 같은 사전 경험이 필요하다”며 “이런 경험을 하기 전에는 행동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의사소통이 활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 회의 참석자 모두가 의견을 내서 회의 진행 규칙을 정하게 하는 등 모든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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