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해 보험료 수입만 38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재보험사 로이드는 커피 덕에 탄생했다. 1688년 로이드 보험사 설립자 에드워드 로이드는 런던에 ‘로이드 커피하우스’를 열고, 이 곳을 드나드는 해운업자와 상인들에게 최신 해상 뉴스와 선박 매매 정보를 제공했다. 이후 선주와 보험계약자들이 모여들어 커피하우스 안 자리 한켠을 빌려 상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모여 법인을 만든 게 로이드 보험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커피가 역사·경제·사회적으로 어떤 구실을 했고, 어떤 변신을 해왔는지를 분석한 ‘커피 한잔에 담긴 사회경제상’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를 보면, 커피는 ‘이성의 음료’로 근대화의 원동력 구실을 했다. 8~9세기쯤 에티오피아 카파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커피는 중동을 거쳐 17세기 계몽주의가 확산되던 때에 유럽에 전파돼, 지적 활동을 자극하는 음료로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이후 등장한 커피하우스는 다양한 계층이 모여 자유로운 토론과 뉴스 및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과학과 상업적 혁신의 발원지 구실을 했다.
경제적으로는 커피시장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커피 원두 값은 금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7월 현재 커피 원두 가격은 평균 2.5달러로 지난해 1월에 견줘 85.4%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옥수수와 금 값은 각각 67.8%와 39.3% 올랐다. 차 문화가 지배적이던 중국과 인도 등에서 커피 소비자 증가하고, 브라질 등에서 고급 원두 수요가 늘면서 커피 원두 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 성장 속도와 고정 소비자층을 넓혀가는 커피의 특성으로 볼 때 커피 시장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고정 소비자층 확대와 불황기 창업 확대에 힘입어 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커피 전문점 창업이 증가하고, 고급 원두에 맞들인 고정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커피 원두 수입량은 11만7000t으로, 2006년에 견줘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커피전문점 수는 1500개에서 9400개로 6배 이상 증가했다. 2009년과 2010년의 커피 원두 수입량을 비교하면, 인스턴트 커피 재료 사용되는 베트남산 로부스타 수입은 8.6% 줄어든 반면 브라질·콜롬비아 고급 아라비카 원두는 47% 늘었다.
커피전문점 소비자 심리 변화도 흥미롭다. 커피전문점 등장 초기에는 커피 맛보다 커피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와 분위기에서 만족감을 얻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들은 생소한 메뉴와 복잡한 주문방식을 불편함이 아닌 문화적 우월감과 자존감으로 느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커피 맛과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커피전문점이 가정도 직장도 아닌,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하면서 적당한 긴장감도 주는 제3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 변화가 커피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현재 커피 원두 국제거래액은 165억달러에 이르고, 연간 6000억잔의 커피가 소비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성인 한명당 연평균 312잔씩, 연간 총 117억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만도 커피믹스 1조2000억원, 커피음료 6800억원, 커피전문점 8300억원 등 총 2조7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근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커피가 각성 효과를 지닌 음료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체, 체험을 제공하는 문화상품 등 시대적 환경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하고, 그 과정에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온 과정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에서 어떤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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