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홍준표·손학규…현대차는 황우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벌 기업들과 역할을 분담해 청와대 고위 관료와 실세 정치인들에 대한 조직적인 로비를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 전경련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기업이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제공하고 지역구 행사를 지원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이란 점을 고려할 때, 전경련이 회원사들한테 불법 로비를 주문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5일 전경련의 ‘최근 대기업 정책 동향 및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전경련은 주요 재벌기업들과 역할을 분담해 청와대 고위 관료와 여야 실세 정치인들의 각종 행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반 대기업 정책 입법 저지를 위한 국회 활동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전경련은 국회의원 전원과 청와대의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김대기 경제수석을 맡고, 삼성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이용섭 대변인, 우제창 의원을 맡았다. 현대차는 한나라당의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 의장,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엘지(LG)는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을, 에스케이(SK)는 강길부·이성헌 한나라당 의원과 김성순 민주당 의원, 롯데는 조경태 민주당 의원과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을, 지에스(GS)는 김재경·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을 맡기로 돼 있다.
전경련은 해당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후원금 제공, 출판기념회 및 지역구 사업·행사 후원, 지역 민원 해결 등의 활동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총수가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 출석을 거부하고 해당 업체 사장을 대신 내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도 요청했다. 전경련은 올해 들어 법인세 감세 철회,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일감 몰아주기 과세,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 반 대기업 정책들이 잇따라 추진될 움직임을 보이자 이런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전경련 문건은 맞지만, 실무자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든 자료일 뿐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건에 언급된 재벌 기업들도 정치인 로비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이 이미 4대 그룹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실제 그런 방식의 로비가 조직적으로 추진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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