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TV교체수요 정체에 조명사업 강화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들이 ‘엘이디 조명’ 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잇단 재정위기로 텔레비전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텔레비전 대신 조명 시장을 띄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삼성엘이디(LED)는 16일 엘이디 전구 신제품 6가지를 새로 내놨다. 가격은 소비전력과 수명에 따라 1만3900원~2만9900원으로 다양하다. 소비자에게 ‘입맛’에 따라 선택 기회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특히 삼성엘이디는 이날 내놓은 신제품부터 밝기 단위는 ‘루멘(lm)’, 수명은 ‘시간’으로 통일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엘이디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기존 백열등처럼 엘이디 전구도 소비전략이 큰 것일수록 밝다고 생각해 소비전력이 큰 제품을 고른다는 얘기를 듣고 표시 방법을 바꿨다”고 말했다.
엘지(LG)이노텍도 엘이디 조명 모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조명 마케팅팀이 ‘엘이지 조명 사업팀’으로 확대됐고 국외 영업 인력도 보강돼 미국·캐나다·유럽 쪽 조명기구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엘지이노텍은 최근 오스트리아의 조명기구 생산·유통업체인 줌토벨과 엘이디 조명 모듈 공급 계약도 맺었다.
엘지이노텍 관계자는 “머지않아 조명 쪽이 엘이디의 가장 큰 수요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엘이디 전구 사업은 엘지전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엘지전자는 올 초 백열등을 대체해 쓸 수 있는 엘이디 전구를 동종 제품 가운데 가장 싼 1만3900원에 내놓은데 이어, 서울 여의도 쌍둥이빌딩과 경기도 파주 엘지이노텍 공장의 조명을 모두 엘이디 전구로 바꿨다.
삼성과 엘지 등 국내 굴지 재벌들이 엘이디 조명시장에 뛰어들자, 필립스와 오스람 등 세계적인 조명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엘이디 전구 값을 내리고, 특허 침해 소송으로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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