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과 전횡’ 비판속 기념행사 없이 조용
전국경제인연합회의 50돌 생일은 쓸쓸했다. 전경련은 창립 50주년 기념일인 16일을 아무런 행사도 없이 그저 하루 쉬는 것으로 보냈다. 전경련 쪽은 “회장단 가운데 상당수가 휴가 중이라 불편을 끼칠 것 같아 창립 50주년 행사를 미뤘다”며 “오는 10월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별다른 의미를 두지 말란 얘기다.
하지만 겉으로 무덤덤한 것과는 달리 속내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전경련의 한 간부는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비난까지 받는 상황에서 창립 50주년이라고 떠벌리면 뭐라 하겠느냐”며 “생일케이크는커녕 미역국 먹을 엄두조차 못 냈다”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사정은 초라한 전경련의 현재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애초 전경련은 1961년 8월16일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등 경제인 13명이 설립한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발했다. 경제개발기에는 울산공업단지(1962년)와 종합무역상사(1968년)의 설립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산업발전 청사진을 제시했고, 1997년 정치권이 무노동·무임금 원칙 폐기 등을 뼈대로 한 노동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때는 신문광고를 통해 노동법 개정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목소리 내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요 그룹 오너 회장들이 맡던 회장 자리가 10여년 전부터 동아제약·효성 같은 중견그룹 오너로 옮겨가면서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초과이익공유제 도입과 재벌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뿐더러, 최근에는 기업별 정치인 로비 리스트를 만든 게 들통나 지탄을 받았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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