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앙광장 앞. 시민들과 차량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의 블라디보스토크는 1903년 시베리아 철도가 완전히 개통됨으로써 모스크바와 이어졌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종점이자 시발점으로 연해주 최대 어업기지다. 블라디보스토크/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미지의 땅’ 동시베리아·극동지역
포스코·남부발전 등 러 기업들과 손잡고 자원 공동개발 ‘박차’
물류회사 범한판토스 “철도로 동유럽 연결”
포스코·남부발전 등 러 기업들과 손잡고 자원 공동개발 ‘박차’
물류회사 범한판토스 “철도로 동유럽 연결”
시베리아로 뛰어드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극동 지역과 동시베리아의 경우 자원개발률이 5% 미만이라 잠재력이 풍부한데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활용한 물류서비스도 점차 경쟁력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의 시베리아 진출 기회가 한결 넓어질 전망이다.
동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은 탐사율은 높지만, 생산이 많이 되지 않아 자원개발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동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경우 예상 매장량에 견줘 원유 78.2%, 천연가스 68.7%가 탐사됐지만 생산량은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극동 시베리아 사하공화국도 매장량 대비 생산량은 원유 0.17%, 천연가스 3.13%에 그친다.
시베리아 자원개발의 대표 주자는 포스코다. 지난 6월 러시아 철강·자원개발 기업인 메첼과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사하공하국 엘가 지역의 철광석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엘가탄전은 사하공화국에 있는 매장량 22억t 규모의 광산지역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엘가탄전은 원료탄 가격 급등에 따라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는 곳”이라며 “내년부터 사업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남부발전은 2009년 8월 러시아 최대 광산업체인 시베리아석탄에너지(SUEK)와 손잡고 저원가·저열량탄 공급 및 개발에 나섰다. 국내 최초로 100% 저열량탄 전소발전소로 건설중인 삼척화력발전소에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한국가스공사는 2009년 4월부터 2018년까지 매년 150만t의 천연가스를 사할린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시베리아 진출의 또다른 축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활용한 물류서비스이다. 이 분야에선 엘지(LG)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가 앞장서고 있다. 2007년 6월 국내 기업 최초로 모스크바 인근에 축구장 11배 규모(9만㎡)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만들어 러시아 내륙 물류노선을 개척했다. 2008년 11월에는 보세장치장 면허를 취득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통해 모스크바로 들어오는 화물에 대해 자체 통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덕분에 7~8일씩 걸리던 통관서비스가 3일 이내로 단축됐다.
지난 4월에는 러시아 국영철도 운송 독점권이 있는 유럽 철도운송 기업 파이스트 랜드브리지(FELB)와 합작법인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를 설립해 동유럽까지 철로 물류망을 연결하고 있다. 출발점은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극동 러시아의 보스토치니 항구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루마니아·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까지 철로로 이을 계획이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동유럽까지 해상로는 35~40일 걸리지만, 철도는 18~25일이면 가능하다”며 “일본에서 시작해 한반도를 지나 유럽까지 연결하는 꿈의 물류망을 일궈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자원개발 사업을 21년 만에 부활시킨다는 의미에서 지난 4월 ‘현대자원개발’을 설립해 러시아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주영 창업주는 1990년 당시 시베리아 산림개발을 위해 현대자원개발을 설립한 바 있다. 현대자원개발은 2009년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1만5000㏊ 규모의 연해주 영농법인을 넘겨받아 운영과 관리를 맡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콩과 옥수수를 1만t 수확해 국내 반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농장 규모를 3만㏊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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