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리비아 건설 수주 현황
정유·주택 등 복구사업…새도시 3~4개 조성 규모
국내업체, 1/3 수주 목표…미국·EU와 경쟁해야
국내업체, 1/3 수주 목표…미국·EU와 경쟁해야
내전의 상처를 안은 리비아가 국외 건설시장 최대 수주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사태가 마무리되면 새 정부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주택과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복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코트라는 23일 리비아 전후 복구사업을 위해 약 12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수도권 새도시 3~4개를 새로 지을 정도의 건설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부문별로는 정유시설, 전력, 주택, 항만, 도로 등 프로젝트가 우선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고,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트라는 “리비아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에 한국은 리비아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의 3분의 1 정도를 수주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최대 400억달러 규모를 우리 기업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군의 거점이면서 리비아 제2의 도시로 그동안 카다피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벵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코트라는 덧붙였다.
리비아는 우리 건설업계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1991년 동아건설이 대수로 1단계 공사를 8년 만에 완공해 리비아 국민의 물 걱정을 덜어준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주택, 도로, 발전소 등 수많은 기반시설 공사를 국내 건설사들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건설업계의 리비아 건설수주 누적액은 366억달러(295건)로 우리나라 국외 건설 수주에서 3위 규모이며, 지난해에는 신규 수주만 9건을 따내 국외시장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건설업계는 오랜 기간 현지에서 공사를 진행하며 넓힌 신뢰도나 인지도, 가격·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리비아 전후 복구사업에서도 중심적인 구실을 맡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군을 지원하며 리비아 사태에 적극 개입한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서방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대우건설 해외영업본부의 김훈 상무는 “유럽국가들과 달리 국내 건설사들은 리비아 현장에 최소한의 인력을 머물게 하면서 발전소나 주택 등 리비아에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지켜내 발주처와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며 “과도정부와 새 정부가 들어서도 한국에 대한 우호적 시각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에 진출한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한일건설, 원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은 이른 시일 안에 발주처와 공사 재개 여부를 협의해나가는 한편 새로 들어설 과도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튀니지 등 주변국으로 대피시킨 제3국 노동자 등 인력이 복귀하는 대로 공사 현장과 주변지역의 전쟁 피해를 복구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코트라 곽동운 정보컨설팅본부장은 “리비아인들은 한국 기업들이 경제적 실익에 따라서만 리비아에 접근해온 데 대해 서운함도 있을 수 있다”면서 “새 정부와 국민의 환대를 받기 위해서는 인도적 측면의 복구지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등 적극적인 윤리적 기업활동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훈 정은주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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