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마련 비상…매각 주간사에 “3%이상 낮춰달라”
최근 주가폭락 사태의 불똥이 씨제이(CJ)그룹의 대한통수 인수 건으로 옮겨붙고 있다. 주가폭락으로 씨제이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가치가 떨어져 인수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씨제이는 지난 23일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에 가격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씨제이와 채권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신청서에서 시제이 쪽은 본입찰 때 제시했던 주당 21만5000원보다 인수금액을 3% 이상 낮춰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씨제이는 지난 6월말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매도자인 아시아나항공·대우건설 등과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작성하면서 최종 인수대금 최대 할인폭을 ‘3%’로 정한 바 있다.
씨제이 쪽이 정해진 할인폭을 넘는 가격조정을 요청한 배경에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애초 씨제이 쪽은 지주사인 씨제이(주)와 씨제이제일제당이 보유한 지분 5.5%(109만8585주)를 매각해 1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이는 1조8000억원대에 이르는 전체 인수금액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6월28일 주당 9만3700원이던 삼성생명 주가는 24일 8만5200원으로 10%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씨제이의 보유주식 가치도 1조293억원에서 9360억원으로 933억원이나 줄어들었다.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 셈이다.
씨제이 관계자는 “가격조정 신청은 기업 인수 과정의 통상적인 절차”라면서 “주가 하락으로 대한통운 자산 가치가 변한데다 대한통운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정리 문제 등 실사과정에서 가격조정 요인이 발생해 조정된 협상가를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 쪽 분위기는 다르다. 산은 관계자는 “최종 가격은 매각 당사자가 결정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계약서에 합의한 범위보다 더 할인해 준 경우는 거의 없어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계약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매도자인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씨제이로부터 가격인하 요청이 들어와 이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검토한 뒤 일정에 맞춰 내달 초에 회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씨제이와 매각주간사는 최종가격 협상에 들어가 늦어도 다음달 6일까지는 최종인수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만일 최종계약이 성사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 심사라는 마지막 관문을 거쳐야 한다.
김은형 정혁준 정은주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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