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없이 음식조리하는 ‘바로쿡’·태양광 충전기 등
국내 기업들 지난달 현지박람회 계기 공략 박차
국내 기업들 지난달 현지박람회 계기 공략 박차
지난 3월 대지진으로 전력난이 심각한 일본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절전 제품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도 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과 대지진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도호쿠 지역에 ‘전력사용 제한령’을 내린 상태다. 대기업 등 전력 사용이 많은 곳은 의무적으로 에너지를 15% 절감해야 한다. 이에 건물의 실내온도가 섭씨 28도 이상으로 올라갔고, 소비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가전시장이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가 에어컨 사용 자제를 권장하면서 선풍기는 가전매장에서 일찌감치 품절됐고, 일반 조명에 견줘 최대 80%의 절전 효과를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조업체인 ‘세라’가 선보인 엘이디는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센서로 절전 효과를 극대화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6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고, 500만~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진행중이다. 황윤규 세라 대표이사는 “일본 기업과 가정이 조명을 엘이디 제품으로 빠르게 교체하는 상황이라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사용이 줄고 실내온도가 높아지면서 인기를 얻는 생활용품이 바뀌었다. 와이셔츠에 뿌리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의류용 냉감 스프레이가 대표적이다. 이 스프레이는 알코올 등이 증발할 때 열을 빼앗아 차가운 감촉을 피부에 전하는 것을 응용한 제품이다.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아져 방충제와 살충제 판매가 급증하고,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접이식 부채가 직장인의 필수품이 됐다.
절전 아이디어 품목을 취급하는 국내 업체들의 일본 진출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조리기구 없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준호코리아의 ‘바로쿡’이다. 재해 상품으로 일본 바이어의 주목을 받아 현재는 겨울용 도시락 관련 품목의 일본 홈쇼핑업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코트라가 오사카에서 연 ‘절전테마 한일 그린 파트너링’ 상담회에서는 태양광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엘에스(LS)테크’의 충전기와 태양열을 활용한 ‘에이오지(AOG)시스템’의 온돌난방이 일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아사히신문>과 <티브이(TV)오사카>는 ‘절전에 한류 어떠십니까’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보내며 한국 제품이 절전 성능이 좋은데다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희곤 에이오지시스템 대표이사는 “일본인에게는 낯선 온돌난방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일본 바이어와 120만달러 규모의 태양열 냉난방 시스템 상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휴가기간인데도 국내 기업 53곳과 일본 기업 312곳이 참석해 600여건에 이르는 상담이 이뤄졌다.
전병석 코트라 오사카센터장은 “일본 시장에 맞는 제품을 곧바로 구체화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의 창의성이 장점”이라며 “파격적인 제품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작은 변화를 반영한, 일본에 아직 없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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