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경제연구원 분석…“가격인하 혜택서 제외”
60대 이상 고령층의 물가상승 부담이 다른 연령대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엘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연령대별 물가상승률 및 고통지수 분석 보고서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40~50대와 30대의 물가상승율은 4.3%와 4.6%인데 비해 고령층은 5.2%에 이른다. 그동안은 자녀 사교육비와 등록금 상승 등으로 40~50대의 물가상승 부담이 컸었다. 엘지경제연구원은 “이상 기온으로 고령층이 많이 소비하는 곡류 및 과일·채소류의 작황이 좋지 않고 어패류 어획량도 줄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탓”이라고 분석했다.
고령층이 정보기술(IT) 혁명에서 소외된 것도 물가상승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고령층의 경우,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가격인하 혜택에서 소외되고, 대형 할인매장의 ‘1+1’ 행사와 인터넷쇼핑몰의 공동구매 등 새로운 유통문화에도 편승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층은 교통수단의 제약과 거동의 불편함 등으로 집 근처 슈퍼마켓이나 영세한 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소량으로 구입한다.
예를 들어 동일본 대지진 때 노인들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생수를 사기 위해 더위 속에서 편의점과 슈퍼마켓 앞에 줄을 섰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인터넷쇼핑몰에서 오사카 생수업체에 생수를 주문한 뒤 택배로 받아마셨다. 2000년 이후 고령층의 실질소득 증가율 역시 1.1%로, 전체 평균 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상승 부담은 커지는 데 반해 실질소득 증가율은 떨어지면서 고령층의 취업경쟁도 심해졌다. 국내 고령층의 실업율은 1990년대 1% 미만이었던 데서 2000년대 들어 1.5%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2.4%까지 올라갔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계산되는 고령층의 고통지수가 200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증가해, 2008년부터는 다른 연령층을 넘어섰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혜림 선임연구원은 “60세 이상 연령층의 물가지수를 별도로 산정해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산정 때 반영하고,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취업 알선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