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미만 기업은 8.2%
‘100명 중 4.7명’. 국내 대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제조·도매업·금융·사업서비스 분야의 기업 26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관리자 패널조사’보고서(2010년 기준)를 보면,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7%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07년 당시(1.5%)에 견줘선 갑절 이상 늘어났지만, 노르웨이(39.5%)나 미국(15.7%) 등 선진국에는 여전히 턱없이 모자라는 성적표다.
실제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 안팎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내 여성 사장을 발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삼성전자 내에서 사장 후보군인 여성 임원은 14명 뿐이다. 전체 임원(972명)의 고작 1.4% 수준이다.
현대자동차(0.5%)의 경우엔, 전체 임원 210명 가운데 여성 임원이라곤 김화자 국내영업본부 충북지역본부장(이사대우)이 유일하다. 이밖에 에스케이텔레콤(1.0%)과 포스코(1.6%)에서도 ‘여성 임원’이란 타이틀을 단 사람은 각각 박혜란 브랜드전략실장(상무)과 오인경 상무 1명씩 뿐이다. 전체 임원이 284명에 이르는 엘지(LG)전자(1.1%)에서도 여성 임원은 고작 3명으로,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여성 임원 비율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서 더 높았다. 직원 수 100~299명과 300~999명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각각 8.2%, 5.6%였다. 국내 기업에서 여성 비율은 사원급 38.4%, 대리급 25%, 과장급 16.1%, 부장급 10%로, 윗자리로 승진할수록 줄어들었다.
남여 직원들 모두 여성이 승진 과정에서 차별받는다고 느꼈다. 여성 직장인 1594명과 남성 직장인 8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보니, 여성의 31.5%가 ‘승진·승급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근무성적평가와 같은 인사고과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여성 응답자의 20.3%나 됐다. 남성 응답자의 24.2%는 여성이 승진·승급에서 불이익을 받고, 20.7%는 부서와 업무 배치에 불이익을 받는다는데 공감했다.
이처럼 현실에 존재하는‘유리천장’은 여성의 승진 의지도 꺾었다. ‘어느 직위까지 승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최고경영자’라고 응답한 여성 비율은 22.6%로, 남성(46.2%)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정은주 기자·산업팀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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