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출범시키고 방관…대기업은 시간끌며 버텨
공생발전 논의 소외감…오늘 MB-30대그룹 총수 만나
공생발전 논의 소외감…오늘 MB-30대그룹 총수 만나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동반성장위원회를 구태여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한 동반성장위원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설명하겠다며 31일 30대 그룹 총수들과 오찬 회동을 한다.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 공생발전으로 ‘포장’한 선물보따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정부가 1년 전 ‘9·29 동반성장추진대책’을 통해 요란하게 설립을 발표했던 동반성장위는 ‘공생발전’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동반성장에서 공생발전으로 이름만 바꿨을 뿐 아니냐”며 “그런데도 동반성장위에는 어떤 주문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외면 속에 동반성장위가 추진중인 핵심 사업들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동반성장 점수(동반성장지수)를 매기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시작하려 했던 중소기업 1차 체감도 조사는 다음달 초에야 겨우 시작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기대를 걸었던 중소기업 쪽에선 “위원회가 뜸만 들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동반성장위는 일부 적합업종을 한가위 전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대기업들이 ‘고추장, 두부 등에서 손을 떼라’는 위원회의 권고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운찬 위원장이 강한 의지를 보여온 초과이익공유제는 ‘첩첩산중’이다. 대·중소기업 대표 등 15명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는 두달째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실리지 않은 탓에 대기업들이 시간 끌기만 하고 있어서다. 실무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눈치만 보다가 마지막엔 (실제 내용은 없이) 이익공유제란 ‘껍데기’만 남겨두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위가 이처럼 ‘미운 오리’ 신세가 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정 위원장이 애초 ‘대통령 직속 기구’를 건의했지만, 청와대는 민간기구를 고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20억원)와 지식경제부(7억원) 등이 예산을 쥐고 있는 탓에 외부 입김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중경 장관 등 정부 관료들은 이익공유제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 등에 어깃장을 놓으며 오히려 동반성장위의 발목을 잡았다. 이 대통령도 말로만 ‘동반성장’을 강조할 뿐, 동반성장위를 직접 방문하거나 동반성장위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위원회를 출범만 시켜놓고 철저히 외면해온 셈이다.
갈수록 동반성장위의 업무 추진 동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 위원장 주변에선 취임 1년이 되는 12월께 정 위원장의 사퇴를 점치는 분위기다. 정 위원장이 “사업에 속도를 내라”고 최근 고삐를 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 이후가 더 큰 문제다.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정 위원장을 대체할 유력 인사가 오거나 정부가 새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동반성장위의 유명무실화는 시간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를 만들어놓고도 사사건건 간섭하고 방해해온 정부가 ‘공생발전’을 내세웠다고 해서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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