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최대 1억·사망때 1억
1999년 이전 퇴직자는 제외
“산재 은폐수단 악용 말아야”
1999년 이전 퇴직자는 제외
“산재 은폐수단 악용 말아야”
삼성전자가 반도체·액정화면(LCD)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임직원들의 암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퇴직 뒤 3년 안에 암 진단을 받은 경우로 제한해 실효성이 적고, 암 발병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엘시디 공장에서 일하던 임직원이 퇴직 뒤 3년 안에 암에 걸리면 10년 동안 치료비를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암 치료 중에 사망하는 경우에는 1억원의 위로금도 준다. 권오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사업총괄 사장은 “반도체 사업장 근무 환경과 암 발병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암으로 투병하거나 사망하는 퇴직자들에게 치료비와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치료비와 사망 위로금을 지원하는 암은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폐암, 악성중피종, 비강·후두암, 간암, 대장암, 피부암, 뇌종양, 방광암, 재생불량성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14종이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퇴직자가 암 치료비를 신청하면, 삼성전자가 신청자의 재직 시절 직무와 근무기간, 질병의 종류 등을 따져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암 발병 퇴직자의 치료비 지원 상담 전화(080-300-1436)도 마련된다.
하지만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 대상에 들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탓이다. 우선 1999년 이전 퇴직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삼성전자는 또 재직 기간이 1년을 넘고, 재직 때 특수건강진단 대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특수건강진단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가스·금속 및 방사선·자외선·분진·소음 등에 노출되는 업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말한다. 특히 암 최초 진단일이 퇴직일로부터 3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발병일이 아닌 진단일을 기준으로 삼은 탓에, 퇴직 후 3년이 지난 뒤에는 말기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비와 사망 위로금을 받지 못한다.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발병 문제를 줄기차게 지적해 온 시민단체 쪽은 악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 공유정옥씨는 “치료비를 지원해줄 테니 병 걸린 사실을 외부에 밝히지 말아달라고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세심하게 살펴 산재 은폐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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