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전문가인 정성용 씨제이지엘에스(CJ GLS) 과장이 물류센터 선반에 태그를 부착해 제품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모니터 화면에서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씨제이지엘에스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17) 무선인식 전자태그 개발자
바코드 100배값…더 많은 정보 담아
시각장애인 보도블럭 등 응용분야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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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을 생산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은 네덜란드로 보내는 수출 물량 가운데 15%는 으레 폐기처분해야 했다. 컨테이너 온도를 영하 1~2도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버섯이 상하지 않는데, 컨테이너 내부 온도 차이가 3.2도나 났기 때문이다. 물류업체인 씨제이지엘에스(CJ GLS)의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사업팀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들은 온·습도를 전자태그로 수집하는 장치인 ‘쿨가이드’를 활용해 컨테이너 구석구석의 온도를 측정하고 온도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 결과 버섯 박스가 빼곡히 쌓여 찬 공기가 골고루 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얻었다. 씨제이지엘에스는 이후 박스 간격을 3㎜ 정도 떨어뜨리고 지그재그로 쌓기로 했다. ‘숨통’이 트이자 놀랍게도 컨테이너 온도차는 1.6도로 줄었고 버섯 폐기율이 4%로 떨어졌다.
버섯 컨설팅을 맡았던 정성용(35) 씨제이지엘에스 과장은 “쿨가이드와 같이 전자태그는 유통·물류 산업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선인식 전자태그는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바코드와 비슷한데, 빛 대신 전파를 이용해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예컨대 바코드는 제품 종류만 표시하지만, 전자태그는 제품 종류와 수량, 배송정보, 배송차량 위치정보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다. 다만 단가가 장당 60원으로 바코드보다 100배 이상 비싸 아직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 과장은 “단가가 비싸니까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이 적용되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유통 물류”라고 설명했다. 씨제이지엘에스의 경우 쿨가이드를 비롯해 물류센터 선반에 태그를 부착해 제품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모니터 화면에서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으로 작업 시간이 40%나 단축됐다.
이 기술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데도 응용될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에 전자태그를 심어놓고 시각장애인의 지팡이에 리더기를 부착할 경우 장애인이 안전하게 길을 걷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홀로 사는 노인의 집에 전자태그를, 노인의 몸에는 리더기를 각각 부착하고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안전요원이 출동하는 시스템도 개발할 수 있다.
전자태그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정 과장과 같은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계속 나와야 한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정 과장은 2002년 대학생 때부터 전자태그를 접했다. 꾸준히 현장 경험을 쌓고 대한상공회의소의 ‘전자태그 컨설턴트’ 자격증과 미국컴퓨터기술공업협회(CompTIA)의 ‘전자태그 플러스’ 자격증도 획득했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자태그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정 과장은 “혼자 이론만 공부해서는 자격증을 따기도, 전문가가 되기도 힘들다”며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극복하며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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