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검토보고서…“미 정부 제소하는데 장애될 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문의 ‘투자보호’ 관련 문안이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자유무역협정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31일 협정문 서문을 보면,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의 권리 보호가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 이 협정에 규정된 것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 외국 투자자는 국내 투자자보다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말은 미국 투자자는 우리나라에서 한국 투자자보다 많은 권리를 누릴 여지가 있지만,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 투자자는 미국 투자자보다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란 문구가 포함된 데 대해 예시적인 규정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반박하는 견해도 있다. 성석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은 최근 내놓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검토보고서’에서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서문의 문안 자체만 볼 경우 호혜와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또 성 위원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누리집에서 ‘미국의 경우 한국 투자자에게 미국 투자자를 초과하는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는 점을 들어, “서문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도 “미국에 진출한 한국 투자자가 미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하는 데 서문이 장애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보호 서문은 미국의 신통상정책에 따라 원래 미-페루 및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에도 들어갔으나, 이들 나라들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며 상호주의나 동등 대우를 요구했고 그 결과 관련 문안을 추가로 확보해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뤘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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