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독일의 친환경 패시브주택 업체들이 미래형 단독주택 시장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어 주목된다. 위부터 홈덱스의 국내 첫 에너지 절감형 그린한옥,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지어진 일본 세키스이하임 본보기집, 충북 제천에 들어선 독일 이소라스트의 웰빙패시브하우스. 각 업체 제공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패시브주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실용성과 기술을 앞세운 국내외 전문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패시브주택이란 첨단 단열공법 등을 이용해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주택으로, 유럽에서는 냉난방에 쓰이는 에너지가 1㎡당 10W 이하인 건축물을 가리킨다. 이를 석유로 환산하면 연간 냉방 및 난방 에너지 사용량이 1㎡당 3ℓ 이하에 해당하는데, 한국 주택의 평균 사용량은 16ℓ이므로 8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셈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이 같은 친환경 패시브주택은 국내에서도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점차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 한·일·독 패시브주택 삼파전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1 서울국제건축박람회’에서는 한국과 일본, 독일의 패시브주택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모았다.
한옥전문건설업체인 이연건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시브하우스 공법을 적용한 친환경 한옥인 ‘그린한옥’을 선보였다. 그린한옥은 86㎡ 크기의 한옥에 고단열 경량 지붕, 기능성 벽체, 고효율 난방, 고기밀 창호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한옥 대비 90% 이상 에너지를 절감시킬 수도 있도록 만들어진 미래형 한옥이다. 집안의 열이 최대한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차단해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지어졌다. 그린한옥의 기술자문을 맡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강재식 박사는 “멋과 아름다움만으로는 한옥 대중화가 힘들다”며 “창호, 벽체, 지붕구조 등에 현대 기술을 접목하면 한옥의 전통성을 지키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그린한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패시브하우스 업체인 세키스이화학공업은 ‘세키스이하임’을 앞세워 국내 고급 단독주택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주택은 공장에서 규격화된 건축자재를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철제 모듈공법을 적용해 고품질의 주택을 짧은 시간 안에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벽은 세라믹을 쓰고 천연섬유 등을 단열재로 사용해 열차단 성능을 높였다. 일본에서 태양광발전 주택 9만5000가구를 시공한 회사답게 첨단 태양광 발전과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했다.
독일 이소라스트사도 에너지 절감률 85%의 ‘웰빙패시브하우스’를 국내에 보급하고 있다. 이곳의 주력 기술은 이소라스트사가 개발한 벽체용 단열 블록으로, 단열 기능이 뛰어나 냉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 열 효율이 높은 3중 유리창호, 자연 채광을 통한 에너지 소비량 절감 기술 등도 적용됐다.
■ 건축비 점차 낮아질 듯 이번 건축박람회에서 눈길을 모은 그린한옥은 첫 단지로 ‘청풍서원’이라 이름붙여진 한옥 단지를 충북 제천 충주호(청풍호) 주변에 31가구 규모로 지을 예정이다. 다음달께 본보기집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다. 일반 한옥의 건축비는 3.3㎡당 700만~1200만원으로 높지만, 그린한옥은 공법의 현대화와 여러 채의 단지형 시공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업체 쪽의 설명이다. 이 사업을 추진중인 ㈜홈덱스의 이승훈 사장은 “31가구를 한꺼번에 시공함으로써 건축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땅값을 포함해 한옥 한 채당 3억원 선에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 세키스이하임 주택의 건축비는 3.3㎡당 1000만원 선에 이른다. 이 주택의 기능이 최적화된 3층으로 짓는 경우 건축비만 5억~6억원이어서, 땅값을 더할 경우 수도권에서는 총 건축비용이 7억~8억원 선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세키스이하임을 국내에 들여온 회사 쪽은 1~2년 뒤 국내 공장에서도 자재를 생산하게 되면 건축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준범 ㈜이에스하임 사장은 “세키스이하임 수명은 일반 주택의 3배 이상인 150년”이라며 “여기에다 에너지절약까지 고려하면 국내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단독주택보다 훨씬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독일 이소라스트사의 웰빙패시브하우스는 벽체, 3중창호, 지붕 등을 포함한 건축비가 3.3㎡당 250만원 정도 소요된다. 최근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에서는 ‘땅콩주택’(한 필지에 짓는 2채의 단독주택)을 이 공법으로 시공하고 있다. 이소라스트 국내 판매사인 ㈜제이엠디글로벌의 김재준 사장은 “지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국내 공장에서도 일부 자재를 생산해 건축단가를 좀더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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