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유통업체인 ㄱ사는 국외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만난 체코슬로바키아 바이어(구매담당자)한테서 전자우편으로 상품 주문을 받았다. 이후 두달간 계약조건을 조율하다 최종 합의에 이르러 계약금을 송금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때 해커가 침입해 ㄱ사와 바이어가 주고받은 전자우편 가운데 입금 계좌만 교묘히 바꿔 계약금을 가로채갔다.
부산에 있는 무역업체 ㄴ사는 중국 수출업자와 계약서를 전자우편으로 받은 뒤, 중국 업체한테서 추가 가격할인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ㄴ사는 할인된 가격의 수정 계약서를 재발송해준 뒤, 조정된 계약금 1만달러를 송금했다. 하지만 얼마 뒤 중국 업체는 돈을 받지 못했다고 알려왔다. 확인해보니 중간에 해킹 조직이 끼어들어 계좌번호와 수익자 이름을 변경한 수정 계약서를 주고받도록 만든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전자우편을 해킹해 무역대금을 가로채는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무역업체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13일 밝혔다. 무역업체가 주로 전자우편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전신송금(T/T)으로 대금을 결제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재출 무역협회 고객서비스본부장은 “입금 계좌번호나 수익자 등 주요 내용은 반드시 팩스나 전화로 알리고 바이어가 전자우편으로 입금계좌를 변경한다고 밝히면 전화로 이를 재확인해야 무역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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