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엘지(LG)전자 부회장
엘지전자 부회장 취임1년
수익성 다소 개선 됐지만
‘분위기 반전’ 기대 못미쳐
연말 고강도 구조조정설
수익성 다소 개선 됐지만
‘분위기 반전’ 기대 못미쳐
연말 고강도 구조조정설
‘오너 부회장의 독한 경영도 안 통했다.’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구본준(사진) 엘지(LG)전자 부회장에 대한 평가다. 구 부회장은 엘지전자가 스마트폰 바람에 뒤처져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서자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1년이 지난 지금, 영업이익률은 1%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휴대전화 사업의 수익성도 다소 개선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 부회장은 사령탑에 오른 뒤 ‘독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애써 왔다. 서울 도심에 있던 휴대전화사업본부를 금천구 가산동 연구소 건물로 보내고, 근무시간을 공장 가동시간에 맞추는 등 임직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한편으론 스마트폰 개발팀 연구원 300여명에게 ‘최고경영자(CEO) 피자’를 보내는 등 ‘직원 기 살리기’에도 신경을 써왔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옵티머스’란 브랜드를 띄우고, 지난해 3분기 3038억원에 이르던 휴대전화 사업의 영업적자를 올 2분기엔 547억원으로 줄이는 등 나름대로 성과도 냈다. 에어컨과 3차원 텔레비전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물 처리 사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 것도 성과다.
하지만 한번 놓친 흐름을 다시 잡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구 부회장도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동계가전전시회에서 “항공모함의 방향을 돛단배처럼 바꾸기는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엘지전자가 처한 더 큰 문제는 전 세계 정보기술 기업들이 생존기반 강화를 위해 벌이는 각축전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구글, 엠에스, 인텔 등이 경쟁적으로 파트너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엘지전자는 동맹군을 얻지도, 파트너로 초대받지도 못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앞서 지난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 참석했으나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엘지 관계자는 “독하게 했는데도 별로 나아진 게 없으니 당장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엘지전자 내부에선 인원 감축까지 포함하는 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연말 인사 역시 더욱 강력한 ‘구본준호’ 만들기 성격이 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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