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세계경제 불확실…지속적 투자 부담” 밝혀
UAE투자사와 협상도 안돼…채권단 “대책 논의”
UAE투자사와 협상도 안돼…채권단 “대책 논의”
에스티엑스(STX)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뒤 7주 동안 예비실사를 진행한 결과 ‘지속적인 투자’에 대한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24일 마감되는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본입찰에는 에스케이텔레콤(SKT)이 단독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티엑스는 19일 오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스티엑스 쪽이 중단 이유로 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최근 유럽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낸드플래시 및 비메모리 분야에 상당기간 투자해야 하는데 그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파악된 점도 부담이 됐다.
에스티엑스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수자금 부담이 3분의 1가량 줄어들긴 했지만, 예비실사에서 투자 자금 부담이 워낙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선 2조원 후반~3조원대의 인수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도 반도체 사업 특성상 연간 수조원대의 시설투자비를 쏟아부어야 한다.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인수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려고 했던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투자회사인 아바르와의 협상이 원만하지 않았던 것도 인수 포기 배경이 됐다. 에스티엑스 쪽은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근거로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투자를 추진했지만, 투자유치 조건에 대한 최종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고려해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에스티엑스는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려던 계획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하이닉스 인수 포기 소식이 알려지면서 에스티엑스 관련 주가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에스티엑스는 전날보다 10% 넘는 급등세를 보이다가 3.82% 오른 1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에스티엑스엔진(4.14%), 에스티엑스조선해양(2.08%) 등 계열사 주가도 상승 마감했다.
채권단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효경쟁을 전제로 입찰을 진행해왔는데, 에스케이와 수의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곧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인수 경쟁자인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에스티엑스 결정과는 상관없이 하이닉스 인수작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이날 “매각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며 “채권단이 최종결정할 하이닉스 매각 요건에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본입찰에 예정대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김재섭 정혁준 기자 yrcomm@hani.co.kr
황예랑 김재섭 정혁준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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