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김성환 장관
“책임자 문책” 약속 모르쇠
“책임자 문책” 약속 모르쇠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한글본에서 500건이 넘는 번역 오류가 발견됐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외무공무원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번역 오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셀 때 외교통상부는“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번역 오류 사태와 관련한 징계 현황을 묻는 박주선 의원(민주당)의 질의에 대해 “담당 국장(에프티에이 정책국장)을 (7월29일) 보직 해임했지만 정식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추가로 징계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열심히 일해온 (외교부) 직원들이 그 일(번역 오류)로 징계를 받아 나아가는 길에 큰 지장을 받는다면 많은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진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보직 해임된 에프티에이 정책국장도 현재‘무보직’이라는 김성환 장관의 설명과 달리 8월5일자로 ‘통상교섭본부장 특별보좌관’으로 재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4월 한-유럽연합,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 한글본에서 무더기 번역 오류가 잇따라 나오자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관련 사람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김종훈 본부장도 “국민께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책임의 경중에 따라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 따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회 외통위에서는 외교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번역오류 정오표(296건)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김종훈 본부장은 이에 대해 “미국 내 의회 비준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았을 뿐인데 외교부가 정오표를 공개하면 미국 의회에서 실질적 내용의 변경이 있는지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또 “깨끗하게 고친 (협정문 한글본을) 6월3일에 공개했기에 관심있는 분들은 다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협정문은 한글본이 678쪽, 영문본이 598쪽에 달해 국회의원이나 일반 국민이 일일이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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