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현지 특화형 제품으로 신흥시장 공략에 나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에 아프리카 시장에 내놓은 평판 텔레비전 ‘서지 세이프’의 판매량이 월평균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서지 세이프는 불안정한 전력 공급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전력 생산 설비 부족 등으로 전력 공급 상황이 불안정한 아프리카에는 선진국 시장에 팔던 제품을 그대로 팔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아프리카 특화형으로 서지 세이프 개발에 공을 들였다. 서지 세이프는 32인치 액정화면(LCD) 텔레비전에 내압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갑자기 전압이 500V 이상으로 뛰어도 잘 작동하고 고장이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또 터키에는 현지 가옥 모양에 맞추고, 현지 날씨의 특성을 반영한 냉장고 ‘카이라’를 공급하고 있다. 냉동실 온도를 조정해 냉장고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원래 삼성전자가 국외시장에 공급하는 냉장고는 가로 넓이가 77㎝로 통일돼 있는 탓에, 가옥의 냉장고 자리가 가로 70㎝인 터키에선 팔리지 않았다. 현지 특화형 제품을 내놓은 이후 지난해 1분기 3.1%이던 삼성전자의 터키 시장점유율은 1년만에 4.8%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양문형 냉장고 점유율은 19.8%에서 39.7%로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신흥시장의 구매력에 맞춰 값을 200달러 이하로 내린 스마트폰도 준비중이다.
엘지(LG)전자도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특화형 가전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중동 시장에선 코란을 읽어주는 텔레비전을 내놓고, 아프리카에선 불안정한 전력 상황에 잘 견디는 기능을 가진 가전제품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엔 조류 독감 바이러스 퇴치 기능 가진 에어콘, 아프리카엔 저전압에서 동작하는 냉장고를 공급하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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