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신설 장충기 임명 비서실·구조본 모두 거쳐
“전략실 업무량 많아져” 이 회장 지시로 인력 늘어
‘이학수-김인주’체제 닮아 “3세 승계 주도 가능성 커”
“전략실 업무량 많아져” 이 회장 지시로 인력 늘어
‘이학수-김인주’체제 닮아 “3세 승계 주도 가능성 커”
삼성그룹이 그룹의 사령탑 구실을 맡는 미래전략실 기능을 강화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장 바로 아래 ‘차장’ 자리를 신설하고, 장충기 현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을 임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장 차장은 평소에는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보좌하고, 김 실장이 회장 수행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는 실장 임무를 대행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일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미래전략실 조직을 보강해 기능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로 미래전략실 ‘2인자’로 떠오른 장 차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8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맡다가 지난해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옮겼다. 역대 사령탑 기능을 담당한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장 차장이 맡고 있던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인용 부사장이 이어받았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차장 자리 신설 배경에 대해 “회장이 서초사옥에 정기적으로 출근해 그룹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회장 보좌, 계열사 현안 지원,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등 미래전략실 업무량이 많아져 실장을 보좌할 체제가 필요했다”며 “미래전략실 팀장급 가운데 선임인 장 사장이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의 다른 조직 및 인력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추가 인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8년 6월 ‘삼성 특검’ 사태로 해체된 전략기획실의 뒤를 이어 지난해 12월 만들어진 미래전략실엔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앞서 지난 5월엔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감사팀을 강화해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해, 계열사 감사 및 경영상황 진단을 담당하는 경영진단팀장의 직급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높이고, 인력도 대폭 늘린 바 있다.
미래전략실의 ‘성격’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거리다. 애초 미래전략실은 과거 그룹 내 ‘권력기구’처럼 군림했던 구조본 및 전략기획실의 폐해를 교훈삼아 주로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등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올해 들어 현안을 직접 챙기고 나선데다 이번 인사로 기능이 강화되면서 회장 보좌 역할 쪽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순택 실장-장충기 차장’ 체제가 과거 구조본 시절의 ‘이학수 실장-김인주 차장’ 체제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과거 구조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선 비서실, 구조본, 전기실, 미래전략실을 모두 거친 장충기 사장이 차장으로 임명된 것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룹의 최대 현안인 3세 경영권 승계 뿐 아니라 상속 및 계열 분리를 위한 밑그림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삼성 한 관계자는 “김순택 실장은 회장 보좌와 수행 같은 대외업무에 집중하고, 장 차장은 계열사 현안을 챙기면서 승계 작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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