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9월 주식 순매도 2조원 넘어…유럽계 이탈 심각
국제 금융시장이 또다시 출렁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특히 유럽계 자금의 탈출 행렬이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3일 코스피 시장에서 6761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워, 이달 들어 주식 순매도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무디스가 미국과 유럽 대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하자 신용경색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외국인은 22일에도 주식시장에서 330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이 가운데 미국과 유럽계가 각각 1020억원과 356억원을 차지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유럽계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1260억원어치를 팔았다.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1000억원 이상 빠져나간 것은 지난 6일(1351억원)과 9일(3959억원), 15일(3105억원)에 이어 네번째다. 이로써 유럽계 자금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각각 5837억원, 1조1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유럽계 투자자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난 8월에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4조8000억원의 자금을 빼갔다.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유럽계 자금의 규모는 주식과 채권에 각각 103조원, 26조원씩 모두 129조원가량이다. 유럽계 자금은 전체 외국인 투자자금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의 절대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문제는 유럽계 은행이 국내 금융기관에 빌려준 대출금을 본격적으로 회수할 경우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이 유럽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규모는 지난 7월말 현재 421억달러로 국내 은행 전체 외화차입금의 35.4%를 차지한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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