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별개’ 강조
“협상 대상 아니다” 라던
농식품부 입장과도 상반
“협상 대상 아니다” 라던
농식품부 입장과도 상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14년 이후 미국 정부와 쌀 협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인용한 <한겨레>의 ‘쌀 추가협상 약속’ 보도(<한겨레> 15일치 1·8면)와 관련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쌀이 제외돼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전제한 뒤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의 쌀 관세화 유예가 2014년에 끝나면 정부가 미국과 쌀 문제를 당연히 재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을 보면 쌀 관세화 유예 시한이 2014년이고, 시한이 끝날 때쯤 3개월간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에 통보해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그 나라와 협상해야 한다”며 “따라서 2014년이 되면 쌀 문제는 당연히 (미국과) 재론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과의 쌀 협상 개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는 관련이 없는 ‘별개의 협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그간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혀온 입장이나 통상법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4월 쌀 관세화 시 미국의 쌀 추가협상 요구에 대한 대책을 묻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질문에 “서명까지 마친 협정에 대해 일부 외부적 여건이 변경되었다고 해 추가 협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한 바 있다. 또 농업전문 민간연구소인 지에스앤제이(GS&J) 연구소가 낸 ‘쌀 조기관세화 오해와 진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가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할 때 매기는 관세율(440% 추정)은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에 근거한 통계 자료를 미국에 설명하는 것이므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돼 있다.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정식 서명된 지 두 달이 지난 2007년 8월29일 김 본부장은 미국의 얼 포머로이 하원의원(민주당)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포머로이 의원 등이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하려면 쇠고기, 자동차, 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김 본부장이 “쌀은 비록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돼 있지만, 세계무역기구 쌀 쿼터 협정이 2014년에 끝나면 재논의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와 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2014년에 쌀 관세화 유예를 끝낸 뒤 미국과 협상하거나 재논의할 사항이란 없다”며 “김 본부장의 발언은 세계무역기구 쌀 협정문과 어긋나는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정은주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