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세계에 영원한 적은 없다
초절전 서버 솔루션 개발
애플-소송, 구글-인수전
불편한 관계도 작용한 듯
초절전 서버 솔루션 개발
애플-소송, 구글-인수전
불편한 관계도 작용한 듯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빠르게 ‘밀월관계’로 다시 접어들고 있다. 두 업체는 애플의 아이폰 바람이 거세게 일기 전까지만 해도 개인용컴퓨터(PC)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엠에스와 앙숙관계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하면서 서먹한 상태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엠에스와 공동으로 데이터 저장 및 관리용으로 사용되는 서버(컴퓨터)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초 절전 서버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의 주력 디(D)램 제품인 ‘30나노급 2기가비트(Gb) 디디아르(DDR)3’ 기반의 8기가바이트(GB)짜리 메모리 모듈과 엠에스의 ‘윈도 서버 2008’를 최적화하는 기술로, 서버 구매 고객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의 최대 고민인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구실을 한다.
이 기술 개발은 삼성전자의 앞선 메모리 공정기술을 활용해 서버 운영체제 시장의 주도권을 쥐자는 엠에스의 전략에 따라 이뤄졌다. 일본과 대만 디램 업체들의 미세공정 기술은 40~50나노급에서 30나노급으로 넘어오는 수준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이미 30나노급에서 20나노급으로 넘어가고 있다. 실제로 30나노급 미세공정 기술로 만들어진 디램을 장착한 서버는 50나노급으로 생산된 것에 견줘 소비 전력이 62%(동작 상태 기준) 적게 든다.
삼성전자는 “절전 솔루션 기술이 적용된 서버가 잘 나가면,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디램 매출을 늘리고, 엠에스는 윈도 운영체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며 “최근 양산을 시작한 20나노급 디램과 낸드플래시와 ‘윈도8’를 최적화하는 기술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엠에스는 지난 23일 윈도8을 발표 때 삼성전자의 슬레이트피시를 시연용으로 선정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윈도8 확대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지난주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스티브 발머 엠에스 회장이 만난 것으로 알려져, 두 업체가 좀더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갖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애플과는 특허침해 소송으로, 구글과는 모토롤라 인수 때문에 사이가 서먹해진 삼성전자가 엠에스와의 협력 필요성이 커진 것도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엠에스 입장에서도 윈도8을 확산시키기 위해선 스마트패드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메모리에서도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삼성전자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빌 게이츠 엠에스 창업자도 지난 23일 시애틀의 한 호텔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삼성전자는 엠에스의 전략적 동반자”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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