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도 ‘찬바람’…매맷값 10억 밑 ‘추락’

서초·강남·송파, 10달만에
경제위기에 투자심리 ‘꽁꽁’
강남구 5주만에 1500만원↓
“일반아파트는 급락 않을 것”

서울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개월 만에 1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미국과 유럽발 세계경제 불안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재건축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 들어 지방을 중심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던 부동산 거래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징후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2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 조사를 보면, 이날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평균 9억9524만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억원 밑으로 하락했다. 최근 5주 동안의 가격 변동을 보면 강남 3구 전체로는 10억400만원에서 9억9524만원으로 876만원 떨어졌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5주 만에 1487만원 떨어져 가장 하락폭이 컸고 송파구는 629만원, 서초구는 398만원 각각 내려갔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2㎡는 지난달 11일 기준 10억3500만원에서 지난 주말 9억6000만원으로 7500만원 떨어졌고,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2차 62㎡는 같은 기간 8억4250만원에서 8억3000만원으로 125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동 ㄱ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개포주공 1단지 52㎡ 급매물은 지난주 최저 9억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면서 “이번주 들어서는 매수자나 매도자들이 그리스 재정위기가 어떻게 결론나는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오름세를 보인 강남권 재건축 매맷값은 11월에는 10억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10억2469만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정부가 ‘3·22 부동산대책’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대출 규제를 부활시킨 이후 다시 하강곡선을 그렸다. 이어 7월 말부터는 ‘반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8월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정부 정책과 경제 상황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발 경제위기가 이른 시일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경기하강 압력이 현실화한다면 부동산시장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 때에 이어 또 한차례 출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수도권 주택시장이 이미 침체국면에 빠져 있는데다 최근 아파트값도 소폭 떨어진 상황이어서 추가로 악재가 있더라도 그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실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전반적인 경제상황의 여파가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 아파트시장은 실수요를 반영하는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만큼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물가상승과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지 않아 보인다”면서 “금리가 인상될 경우 부동산시장에 끼칠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