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고양터미널 사업 대출해주려 전산조작”
다른 대출도 수사…이용준 행장·전무 영장 청구
다른 대출도 수사…이용준 행장·전무 영장 청구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은 27일 이용준(52) 제일저축은행장이 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합수단은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등으로 이 행장과 장아무개 전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은, 이 행장 등이 고양종합터미널 사업 시행자에게 1천억원대의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동일인 대출 한도 조항을 피하기 위해 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산조작 방식으로 이뤄진 이들의 명의도용 행위에는 형법의 사전자기록위작·변작 혐의가 적용됐다. 합수단 관계자는 “전산조작을 통해 1만여명의 명의가 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또다른 방식의 불법 대출 혐의도 수사중이어서 불법 대출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 등의 구속영장에는 동일인 대출 한도를 초과한 혐의(상호저축은행법 위반)도 포함됐다.
제일저축은행은 고양종합터미널 사업 시행자인 ‘종합터미널고양’에 2002년부터 1600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동일인 대출 한도인 ‘자기자본의 20%’를 넘긴 액수다. 또 종합터미널고양은 삼조글로벌, 지비지니스, 드림스타컴퍼니 등 다른 법인의 이름으로 제일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우회 대출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종합터미널고양은 이런 방식으로 2010년 한해에만 제일·에이스 저축은행으로부터 2386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대출받았다.
앞서 합수단은 지난 26일 제일저축은행의 이 행장과 장 전무를 체포했다. 유관 기관의 파견 직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합동수사단’의 진용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에 대주주나 은행장 소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을 뒤엎은 행보였다. 각종 편법·불법 대출 사실이 확인된 고양터미널 사업은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여신 가운데 가장 부실한 사례로 지목받았다. 합수단은 이 사업과 관련된 각종 비리, 특히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규명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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