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법안내용 엇갈려…결국 불평등협정
미 “미 정부만 청구권 인정”
한 “상대국 법원 제소 가능”
미 “개성공단 제품 불인정”
한 “북한 제품 한국산 인정”
미 “미 정부만 청구권 인정”
한 “상대국 법원 제소 가능”
미 “개성공단 제품 불인정”
한 “북한 제품 한국산 인정”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미국 상·하원에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현재 우리 국회가 심의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과 어긋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앞으로 두 나라에서 비준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효력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우리 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포함돼, 불평등한 협정이라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상대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지 여부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을 보면, 제102조 시(c)항에 ‘미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한다. 미국 정부의 조처에 대해 한-미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 투자자가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 또는 다른 미국인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소할 권리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가 심의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과 정부가 2011년 7월 발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상세설명자료’는 이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설명자료를 보면, ‘투자자는 상대국 법원 또는 국제 중재절차에 제소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투자자는 한국 정부와 한국인을 상대로 제소할 수 있지만, 한국 투자자는 그럴 수 없는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국내법적 지위도 두 나라에서 차이를 보인다. 미국 쪽 이행법안은 제102조 에이(a)항에서 ‘미국 연방법과 충돌하는 한-미 협정의 규정이나 적용은 효력이 없다’, ‘협정과 어긋난다고 주법의 규정이나 적용을 무효로 선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법이나 주법이 한-미 협정보다 우선한다는 뜻으로, 한-미 협정이 국내법과 동등한 지위를 지니거나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내법에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
이밖에 한-미 협정으로 개정되는 미국 쪽 법률은 원산지·관세·물품취급 수수료·정부조달 등 6개뿐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23개나 된다. 공인회계사법·세무사법·전파법·외국법자문사법 등 9개 법률은 이미 개정됐고, 공정거래법·상표법·우편법·약사법·저작권법·특허법 등 14개 법률은 앞으로 개정돼야 한다.
또 미국 정부는 한-미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미국의 대북 제재가 지속하는 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돼 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에 수출될 수 없음을 공식화했다. 미국 정부는 이행법안의 시행령인 ‘행정조처성명’(SSA)에서 ‘이행법안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제를 변경하지 아니한다. 미국 제재를 위반하는 자는 상당한 민사 및 형사 제재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한-미 협정으로 개성공단 제품의 대미 수출 길이 열렸다고 자랑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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