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리조나주 발전소 건설
정부·한전 반대에도 MOU
보증 등 문제 본계약 지연
노조 “사장 연임용 치적쌓기”
정부·한전 반대에도 MOU
보증 등 문제 본계약 지연
노조 “사장 연임용 치적쌓기”
전력 정보기술(IT) 전문업체인 한전케이디엔(KDN)이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모회사인 한국전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험이 없다시피 한 태양광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케이디엔은 지난해 7월 미국 마티네에너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애리조나주 벤슨 지역에 60㎿급 태양광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약 2년이 걸릴 이 공사의 사업비는 2억9500만달러(약 3520억원)에 이른다. 사업 규모는 회사가 지난해 올린 매출(4200억원)의 83%에 이른다.
문제는 사업의 성격이다. 케이디엔은 첨단 전력 아이티 기술을 적용해 발전에서부터 송·변전, 배전에 이르는 전력계통 감시 및 제어 등의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시공사로 나서서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총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디엔은 이전에 이런 대형 발전소를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다. 케이디엔의 미국 쪽 파트너이자 발주처인 마티네에너지도 실적이 전무한 업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케이디엔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전 쪽에서도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케이디엔의 비상임 이사인 한전 관계자는 “우리는 둘 다 (사업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8명의 케이디엔 이사진 가운데 자신을 포함한 한전 쪽 이사 2명 모두 케이디엔의 태양광사업 진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도 마찬가지다. 케이디엔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지경부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케이디엔의 비전문성 때문에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3월까지 케이디엔에서 감사를 지낸 심아무개씨는 “파트너인 마티네에너지란 업체의 실체가 불확실해 회사에 업체를 꼼꼼히 확인하고 절차를 거쳐서 진행하라고 계속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병대사령관 출신의 전도봉 사장이 태양광사업 진출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자 그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미국에서 하려는 태양광사업은 회사 연매출액의 80%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자칫 잘못하면 회사의 존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장이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뒤로하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면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이번 사업에 위험(리스크)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총공사비의 20%를 선급금으로 주는 등 책임준공 이외엔 리스크가 거의 없는 사업”이라며 “완공하면 최소 7%의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도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회사가 쉽게 성사될 것처럼 얘기해온 미국계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의 공사비 대출 보증은 1년 넘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사업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미 정부의 지원은 12월 안에 착공해야 받을 수 있다.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에게 연말까지 제이피모건으로부터 보증을 받지 못하면 사업을 포기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감사원은 지난달 케이디엔 고위 간부가 회삿돈 수백억원을 자신의 형이 지점장으로 있던 은행에 예치해 물의를 빚은 사건(<한겨레> 8월19일치 12면)과 함께 이 회사의 태양광사업 진출이 적절한지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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