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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FTA 끝장토론’ 나흘간 했어도 여전히 ‘평행선’

등록 2011-10-24 20:41수정 2011-10-25 13:47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의원 발의로 이날 상정된 7개의 ‘통상절차법안’에 대해 의견을 밝힌 뒤, 다른 상임위에 참석하기 위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의원 발의로 이날 상정된 7개의 ‘통상절차법안’에 대해 의견을 밝힌 뒤, 다른 상임위에 참석하기 위해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미 FTA 쟁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쟁점을 놓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나흘에 걸쳐 26시간 동안 ‘끝장토론’을 벌였다. 찬반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찬성 쪽은 한-미 협정으로 대미 상품 수출이 늘어나 국내총생산(GDP)이 10년간 5.7%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반대 쪽은 대미 서비스 적자가 되레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쪽이 한-미 협정을 이행법으로 처리한 것과 관련해, 반대 쪽이 불평등한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 반면, 찬성 쪽은 나라마다 다른 법률체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겨레>는 끝장토론에서 나타난 주요 쟁점에 대한 양쪽의 주장을 정리했다. 이번 토론에서 찬성 쪽에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최석영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 이태호 특별보좌관,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 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황무연 무역협정지원 단장, 나욱진 국제법무과 검사, 이재형 고려대 교수, 임충식 중소기업청 차장 등이 나섰고, 반대 쪽 목소리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이해영 한신대 교수, 장경호 건국대 교수, 송기호 변호사, 남희섭 변리사,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인태연 전국 유통상인연합회 대표, 신택주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등이다.

1. 경제적 효과 논란

반-정부 전망치 과장됐다
찬-반대쪽 수치도 플러스

■ 경제적 효과분석은 정확한가?

“경제적 전망은 틀릴 수 있으나 방향성은 알 수 있다. 반대 쪽이 제시한 수치(0.08%)도 분명 플러스, 긍정적인 효과다.” 한-미 협정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찬성 의견의 핵심이다. 이들은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6.2%)의 60%가 무역 덕분이라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 10년간 수출이 5억4000만달러 늘어난다고 전망했는데, 그 예상이 2년 만에 달성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이 1조달러였는데, 미국은 14조원이었다. 14배나 크다. 앉아서 보호하면서 부강해진 나라는 없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닫아놓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천명했다.

이와는 달리 반대 쪽에선 정부가 제시한 국내총생산 증가 전망치(10년간 5.7%)가 과장됐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동일한 모형으로 추계했더니 경제적 효과가 0.08~0.13% 정도에 그친다는 게 이들 주장의 뼈대다. 특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보고서에서도 한-미 협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10년간 0.2~0.3%로 전망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대미 무역현황을 보더라도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힘든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 흑자는 127억달러인 반면, 서비스업에선 123억달러 적자를 보고 있다. 반대 쪽에선 한-미 협정으로 서비스업 대미 적자가 커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2.협정-국내법 관계

반-미국법, 협정보다 우선
찬-다른 나라도 같은 방식

■ 두 나라의 국내법적 적용이 불평등한가?

이 문제에 대해선 반대 쪽에서 연일 강공을 폈다. 반대론자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한-미 협정은 약 1500쪽이고, 우리 국회가 비준동의하면 모두 국내법이 된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80쪽짜리 이행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이행법에는 한-미 협정은 미국법에 우선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한-미 협정에는 한국 투자자가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행법에는 사적 소송권을 배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이렇게 반론을 폈다. “나라마다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법체계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법의 표면상 형식이 다르다고 해서 국제적인 협약을 어길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이들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할 때도 이행법을 만들었다는 점과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도 같은 방식을 해왔다는 점, 협정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하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을 논거로 들었다.

그러나 반대 쪽에서는 “형식에서 불평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우리도 미국의 이행법 체계에 대응하는 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찬성 쪽에서는 “헌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3. 중소기업 보호 문제

반-중소자영업 보호 못해
찬-협정과 충돌 소지 있어

■ 헌법이 보장한 중소기업 보호를 할 수 있나

찬성론자들은 중소기업을 한-미 협정 적용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동반성장위원회가 자율적인 방법으로 대기업이 진출해서는 안 되는 분야를 합의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법제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반대 쪽 인사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 헌법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의무라고 규정한다는 게 근거다. 이들은 또 “경제민주화를 위해 국가가 개입하도록 헌법이 보장한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는 법률이 있었고, 유통법·상생법도 그래서 제정됐다. 그러나 한-미 협정이 제한을 두지 않아 중소자영업자 540만명의 생계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법·상생법에 대해서도, 찬성론자들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우리나라에 재래시장이 1550개가량이 있는데, 지도를 놓고 재래시장 주변 1㎞(전통상가 보존지역)를 그려봤더니 남는 구역이 없다. 그 정도면 보호가 강하게 잘되고 있다. 한-미 협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늘 현재까지는 분쟁을 제기하겠다는 상대방의 의사표현이 없다.”

이밖에 반대 쪽에서는 서울시나 경기도 학교 급식에서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한-미 협정이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가능하다고 맞섰다. 앞서 2005년 대법원은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조례’가 세계무역기구 협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고, 정부는 이에 경기도와 서울시의 우리농산물 학교 급식 지원 조례 제정에 반대해왔다.

4.의료비·약값 오르나

반-병원비 상승하게 된다
찬-의료는 협정문과 무관

■ 의료비와 약값은 오르지 않는가?

반대 의견의 요지는 이렇다.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허용된 영리병원은 미래 유보조항에서 빠져서 한번 승인되면 우리 정부가 취소할 수 없을 것이다. 영리병원의 의료비가 오르고, 다른 병원도 함께 비용을 올리게 된다.”

환자의 약값 부담을 늘리는 또다른 조항으로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꼽았다. 반대론자들은 “정부는 특허권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데, 이 제도는 지구상에서 미국밖에 없다”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들은 공공성이 강한 보건의료 부분에 대해서는 협정문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정책이라도 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문제의 핵심은 영리병원이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에 있다”며 “대외적으로 경제자유구역을 폐쇄하면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5.투자자-국가 소송제

반-분쟁센터 공정성 의심
찬-44개 분야는 유보됐다

■ ISD는 공공정책을 침해하지 않는가?

투자자-국가 제소제를 두고도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 쪽에선 이 제도가 두 나라의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처로 우리가 맺은 80여개 투자협정에 대부분 포함돼 있으며, 특히 환경과 보건 등 44개 분야에서는 투자자-국가 제소제가 포괄적으로 유보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의 판결도 대상이 되지만, 현재까지 4건만 제기됐고 패소한 국가는 요르단 등 2건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반대 쪽에선 공공정책을 포괄적으로 유보하지 않고 있다며 맞섰다. 실제로 국제관습법상 최소 대우기준은 유보되지 않아 제소의 대상이다. 또 한-미 협정을 보면, 중재부(3명)를 두 나라에서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협의해서 선정하는데, 이때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 사무총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 센터는 세계은행 산하기구로, 총재는 주로 미국 사람이 맡는다는 점이다. 반대 쪽에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찬성론자들은 국제사회에서 미국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에서 미국과 분쟁한 전력을 보면, 승소율이 훨씬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미국 기업이 상대국 정부를 제소한 투자자-국가 제소 사례는 108건인데 투자자가 승소한 경우는 15건에 그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양쪽이 합의한 18건을 포함하면, 미국 투자자가 승소한 사례(33건)가 패소한 것(22건)보다 더 많다고 맞섰다. 또 외국기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15건 중에서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패소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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